[아시아경제신문 김기훈 기자] 24~25일(현지시간)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이틀간의 공식 일정에 돌입했다. 글로벌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열린 이번 회의의 결과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G20 주도의 세계 질서 재편과 경기 부양 기조 및 금융권 보너스 규제의 포괄적 논의 등 원론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합의가 예상되는 가운데 구체적인 실행 방안의 도출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히 미국과 유럽, 미국과 중국 등의 이견 차이가 크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G20 위상 강화·경기부양기조 유지 등 합의 예상


미 백악관 발표에 따르면 G20 정상들은 G20을 기존 G7(선진 7개국) 및 G8(선진 7개국+러시아) 정상회의를 대체하는 글로벌 경제협의기구로 격상시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는 선진국 모임인 G7이 수행했던 글로벌 경제의 컨트롤 타워 역할이 사실상 G20으로 옮겨가게 된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에서 중국을 포함해 고성장하는 신흥국의 영향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G8은 안보와 같은 문제들을 논의하기 위해 유지될 예정이다.


미국 측 한 관계자는 "국제 사회의 권력이 선진국 중심에서 이머징 마켓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을 반영해 G20의 위상을 격상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결정은 오바마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G20은 선진국 위주의 G8과 달리 중국을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등 떠오르는 이머징 국가들을 포함하고 있다. 전 세계 국가들의 국내총생산(GDP)에서 G20이 차지하는 비중은 85%, G8 국가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2 가량인 것으로 집계된다.


글로벌 경기 부양 기조 유지에 대해서도 G20 정상들은 의견을 같이 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경기 불안 요소가 존재하는 만큼 경기 회복세가 확연히 드러날 때까지 경기 부양책을 지속하자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이 입수한 G20정상회담 공동성명 초안에 따르면 G20 정상들은 이미 경기 부양 기조 유지에 대해 의견을 같이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만 국가별로 경기 개선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출구전략의 시행시기에 대한 구체적 합의가 도출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이며 글로벌 공조를 강화하자는 원론적인 방안만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은 또한 금융 위기의 주범으로 '대마불사'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금융업계의 몸집 불리기식 경영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 위한 시스템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앞서 런던 회담에서 새로운 금융권 규제에 대한 청사진을 그렸다면 이번 G20 회담에서는 구체적인 논의가 이루어 질 전망이다. 규제 방안으로 은행들의 자본기준 강화와 레버리지(차입) 사용 억제 등이 거론되고 있다.


도덕성 논란에 휘말리고 있는 은행권 보너스에 대한 규제는 강력한 규제안을 주장하는 유럽보다는 다소 완화된 규제안을 제시한 미국의 의견에 힘이 실릴 것으로 추측된다. 마이클 프로먼 백악관 국가안보 차석 보좌관 겸 G20 수석 자문역은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를 통해 "은행 보너스 규제와 관련된 여러 쟁점에 대한 포괄적인 합의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금융기관 개혁·무역 불균형 해소 등 의견 엇갈려


신뢰성과 정통성에 금이 간 국제통화기금(IMF) 개혁을 놓고 EU와 개발도상국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개도국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중국과 브라질 등 주요 개도국들은 현재 선진국에 쏠려 있는 IMF 내 지분 비율을 동등하게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은 현재 24석인 이사회 의석수에서 EU 몫으로 배정돼 있는 4석을 줄이자는 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영국과 프랑스 등 주요 유럽 국가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지분 조정은 이해할 수 있으나 EU의 의석수만 줄이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IMF에서의 개도국 지위 향상뿐만 아니라 세계은행 내에서의 개도국 권한 강화에 대한 논의도 진행 중에 있다. G20 지도자들은 세계은행에서 개도국의 투표 권한을 3%포인트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눌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세계은행에서 이머징 마켓의 투표권은 44%를 차지한다.


중국을 비롯한 이머징 국가들은 글로벌 경제에서의 영향력이 확대됨에 따라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기타 글로벌 기관 내 권한 확대를 추진해 왔다. 미국의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머징 국가를 둘러싼 IMF와 세계은행 내 권력 재편은 필요한 일이고, 실제 이뤄질 것"이라며 이 같은 주장을 지지했다.


중국 경제는 이미 독일을 뛰어 넘어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위를 차지하고 있다. IMF에서 중국은 3.7%의 투표권을 갖고 있는데 이는 미국(17%)에 훨씬 못 미칠 뿐 아니라 중국 경제 규모의 8분의 1에 불과한 사우디아라비아가 3.2%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에 비춰 불합리하다는 것이 중국 측의 주장이다.


IMF와 세계은행의 개혁안에 대해서는 미국 및 개도국과 유럽의 입장 차이가 큰 만큼 합의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주장한 무역적자국과 흑자국 간의 불균형 해소 문제도 논쟁거리로 부각되고 있다. 미국은 무역 불균형이 금융 위기를 일으킨 원인 중 하나라며 현재 대규모 경상흑자를 기록 중인 중국과 독일 등이 내수시장을 활성화시켜 전 세계 국가 간의 무역 수지 균형화를 도와야한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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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중국과 독일 등 미국이 지목한 국가들은 경상흑자를 강제로 억제하는 것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중국은 무역 불균형 해소를 논의하기 전에 먼저 부국과 빈국간의 경제격차를 줄이는 방안부터 연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 샤오송 중국 재정부 국제국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지구 남반구와 북반구의 빈부격차를 줄이고 함께 발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밖에 미국의 중국산 타이어에 대한 관세 부과 조치로 불붙은 보호무역주의 저지 방안에 대해서도 열띤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보호주의 논란은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치닫는 터라 합의를 이끌어내기는 힘들 전망이다.

김기훈 기자 core8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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