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부터 6일까지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열린 게임쇼 '팍스2009'에서는 한국 게임쇼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풍경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부모가 자녀들과 함께 게임 전시회를 찾은 가족단위 관람객이 적지 않았던 것.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게임 전시장을 둘러보고 서로 게임을 하면서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무척이나 생소하게 보였다.

국내 최대 게임쇼인 '지스타'에서는 부모가 아이들의 손을 잡고 전시회를 관람하는 모습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게임전시회를 보러 간다고 하면 꾸지람을 듣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이는 게임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한국에서 게임은 문화가 아니다. 여가활동 측면보다 게임중독, 사행성 등 부정적 측면이 훨씬 강하게 부각돼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 부모는 아이들이 게임을 즐기는 것을 일단 반대하고 백안시하며 이를 당연하게 생각한다. 게임은 유치한장난에 불과하다며 아이와 게임을 즐기기는 커녕 아예 시도 조차 않는 것이 일반적 부모들의 모습이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게임중독에 대한 우려가 크지 않다고 한다. 아버지와 아들이 여가활동의 하나로 함께 게임을 즐기다보니 부모가 아이들을 통제하는 것이 쉽고, 이 때문에 게임중독 등에 빠지는 아이들도 많지 않다는 것이다.


국내 온라인게임산업은 지난해 수출 1조원을 돌파할 정도로 경쟁력있는 문화콘텐츠 산업이다. 엔씨소프트의 온라인게임 '아이온'이 단일 콘텐츠로 글로벌 수출액만 1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등 국내 온라인게임산업은 이제 산업역군으로서 제몫을 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만 하다.


하지만 게임에 대한 인식은 아직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듯 하다. 국내에서 게임은 아직 '문화'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문화 콘텐츠인 영화의 경우, 관객이 1000만명을 돌파했다고 하면 박수갈채를 받지만 게임 하나가 대박을 터뜨렸다고 하면 오히려 게임중독자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냐고 색안경부터 끼고 보는 게 한국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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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와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등의 대박 게임으로 세계적 게임기업으로 우뚝 섰다. 여기에는 게임성 외에도 게임을 문화로 인식하고 격려하는 분위기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한국의 온라인게임도 매출 실적 면에서 얼마를 벌어들였다는 식의 외형적 평가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이제는 하나의 문화로서 당당히 대접받을 수 있어야 한다. 

시애틀(미국)=함정선 기자 m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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