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침체 이후 기업들이 현금 운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을 압박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31일 보도했다.


WSJ가 컨설팅 그룹 REL컨설턴시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매출이 50억 달러 이상인 대기업들은 자금 회수에 사력을 다하는 반면 결제에는 늑자을 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매출이 5억 달러 미만인 중소기업은 결제가 빨라진 반면 자금 회수가 더딘 것으로 조사됐다.

WSJ는 경기 침체 이후 신용시장 경색은 여전하고 은행들이 대출의 고삐를 조이면서 기업들이 현금 보유를 확대하기 위해 갖은 애를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외부자금 조달이나 은행 대출을 꺼리면서 현금을 보유하려는 경향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기업들은 보유현금으로 대출을 갚거나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들이 유용할 수 있는 현금에 비교적 여유를 갖고 있는 데 반해 중소기업들은 대기업들의 대금 결제 압박으로 더욱 현금 유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매출이 50억 달러 이상인 대기업들은 평균적으로 대금지급에 55.8일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나 지난해 같은 기간 53.2일에 비해 5% 늘었다. 반면 대금을 회수에는 41일이 소요되며 전년동기 41.9일에 비해 하루정도 빨라졌다.


그러나 매출 5억 미만의 기업들은 오히려 현금 보유기간이 짧아졌다. 대금 지급은 40.1일로 전년동기 42.9일보다 6.5% 빨라졌다. 반면 회수는 58.9일로 1년전 54.4일에 비해 8% 가량 길어졌다.


REL컨설턴시 대표 마크 테넌트는 “이 같은 결과는 중소기업들이 자금 유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소기업들이 희생자가 되고 있다”며 “자산규모가 적은 기업은 대출도 어려워 더욱 상황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 최근의 현금 줄다리기의 효과는 영화와 소매업, 자동차, 여행, 레져산업 등 다양한 업종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적 기업들도 이런 현금 줄다리기에 뛰어들고 있다. 세계적 맥주업체인 안호이저-부시는 최근 대금결제를 30일에서 120일로 미루기로 결정했다. 생활용품 제조업체로 널리 알려진 프락터 앤드 갬블(P&G)도 비슷한 조치를 취하며 “현금흐름이 매우 어렵워 소비자들로부터 돈을 빨리 받는 것이 불가피 하다”고 밝혔다.


반면 지난해 매출이 1200만달러인 히어로 아츠(Hero Arts)는 협상을 통해 소규모 매장과 대금결제를 30일에서 60일로 늘였다. 잉크, 스탬프 등 사무용품을 생산하는 히어로 아츠의 CEO 아론 레벤탈은 "위험부담이 크다는 것을 알지만 중소상인들을 상대로 결제일 연장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대금 결제를 미루는 대기업들에 대해선 아무런 조치도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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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벤탈 CEO는 "대기업이 횡포를 부리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인수당할 위험은 더욱 커지고 있다"며 "현금 관리에 가장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손성원 캘리포니아 주립대 교수 “신용경색이 메인스트리트로 옮겨온 이후에 현금 보유를 두고 치열한 힘 싸움이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대기업은 납품업체와 고객들과 관계에서 강압적 지위를 이용하는 반면 중소기업인 경우에는 협상력을 전혀 얻을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윤재 기자 gal-r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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