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이 마무리되자 여야는 24일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정국 주도권 확보를 위한 치열한 기싸움을 펼쳤다.


한나라당은 미디어법 강행 처리에 반발하며 장외투쟁에 나섰던 민주당이 '의회주의자'인 김 전 대통령의 유지에 따라 등원 명분을 확보했다고 판단하고 정기국회를 위한 협상을 거듭 제안하며 압박에 나섰다.

박희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제 그동안 지속되던 조문정국은 끝났고 민생정국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이 자리를 비롯해서 다시 한 번 여야 당대표 회담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더 이상 (회담을) 거절할 명분도 없을 것이고, 또 돌아가신 김 전 대통령의 뜻을 받느는 것이 우리의 책무라는 깊은 생각을 가지고 빨리 회담에 응해주길 간절히 바란다"고 민주당 등원을 압박했다.

한나라당은 이와 함께 지역갈등 해소를 명분으로 내세운 선거구제와 행정구역 개편을 화두로 던지면서 정국 주도권을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선거구제·행정구역 개편은 정치적 파급력이 높은 초대형 이슈로 연말까지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날 22차 라디오 연설에서 "정치개혁을 외면하는 것은 역사와 국민에게 죄를 짓는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고, 김덕룡 대통령국민통합특보는 라디오에 출연해 지역감정 해소를 위해 정치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우리가 당장은 정치적으로 손해 보는 한이 있더라도 지역감정 해소를 위해서 필요한 일이 있다면 과감하게 나라를 위해서 그 길을 선택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김 전 대통령의 국장이 끝나자 곧바로 '지역경제 살리기' 민생탐방을 이어갔다. 민생경제를 위해 일하는 여당상을 보여줘 민심을 끌어안겠다는 것이다. 민심탐방을 통해 수렴된 각 지역의 의견들을 취합해 9월 정기국회에서 각종 법안 개정에 반영할 예정이다.


잇따른 2명의 정치적 지도자를 잃은 민주당은 '포스트 DJ' 정국을 이끌어갈 구심력 회복에 고심하고 있다.


정치적 스승이자 풍향계와도 같았던 김 전 대통령의 서거는 지지층을 재결집시킬 또 다른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다.


흩어진 전통적 지지층인 '집토끼'를 결집시키기 위해 당내 통합과 혁신위원회를 이번 주 내로 구성키로 했다.


또 사실상 중단됐던 민주정부 10년의 재평가 작업도 서두를 방침이다. 이를 통해 새로운 친노신당으로 이탈하는 것을 최소화하고 지방선거 이전에 '민주대연합론'으로 지지층이 재결집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이와 함께 여권의 등원론 압박에 대해서는 "국민·서민의 편에서 분명하게 야당답게 투쟁하고 활동하라는 요구가 훨씬 많았다"며 조건없는 등원요구를 일축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또 여야 대표회담 제의에 대해 "환영하지만 그 전제는 한나라당과 집권세력이 야기했던 갈등의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며 "미디어법 문제 등 그동안 여야간 교착상태에 있었던 수많은 현안에 대해서 납득할 만한 양보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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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그런 문제에 대한 태도 변화 없이 정기국회 일정을 협의하자는 식으로 대화를 제안하는 것은 오히려 여야간 관계를 보다 악화시킬 수 있는 태도"라며 여야 대표회담을 사실상 거절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장외투쟁 원동력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인데다 김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명분이 약해져 9월 정기국회 전략을 조속히 수립하고 병행투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도 제기되고 있다.

김달중 기자 d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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