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 편성 작업에 주말도 반납.. 연일 철야 근무
"내일도 오고, 모레도 오고, 시간 나는 대로 계속 와야지 별 수 있나요?" (A공공기관 관계자)
본격적으로 시작된 불볕더위 속에 너도 나도 피서지를 찾아 여름휴가를 떠나는 요즘, 휴가는커녕 주말마저 반납하고 거의 매일같이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기획재정부 예산실 직원들과 이들을 만나기 위해 과천을 찾는 정부 각 부처와 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의 재정 부문 담당자들이다.
과천청사 1동에 위치한 재정부 예산실은 요즘 문자 그대로 '문전성시(門前成市)'를 이룬다. 오전부터 청사 방문증을 패용한 외부인들의 출입이 끊이지 않는데다, 오후가 되면 4층 복도는 물론 1층 로비까지 두툼한 서류 뭉치를 들고 온 '손님'들로 북적거린다.
주말인 8일과 9일에도 재정부 예산실엔 적지 않은 직원들이 출근해 각 부처의 요구 사항을 토대로 내년 예산안에 무엇을 넣고 뺄지를 추려내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세제실 또한 내년도 세제 개편방향을 조율하느라 밤낮이 없는 모습이었다.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내년도 경제정책의 뼈대를 짜는 재정부 직원들에겐 매년 이맘때면 있어왔던 일이지만, 올해는 여러 가지 사정상 예년과 많이 다르다고 한다.
대개 재정부의 예산 관련 업무는 5월부터 시작해 정부 최종안을 국회에 제출하기 직전인 9월말까지 이어지는 '한철 장사'의 성격이 강했으나, 이번엔 지난해 하반기 전 세계를 강타한 경제위기로 이유로 그동안 예산 관련 업무로부터 단 한시도 손을 놓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의 경우 9월에 올해 본예산을 짰지만, 불과 두 달 만에 재정지출 확대를 골자로 한 수정예산안을 다시 편성해야 했고, 올 들어선 연초부터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작업에 '올인'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6월에도 재정부는 '고유가 극복을 위한 추경예산'을 편성한 바 있는 만큼, 지난 1년 내내 예산과의 '씨름'을 계속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산실 관계자 또한 "작년처럼 예산을 여러 번 짜본 건 처음"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지금까진 그나마 '워밍업' 정도로 보고 있다"면서 "앞으로 두어 달이 정말 힘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당장 올 하반기부터 그동안 나라 경제를 지탱해온 재정의 여력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등 나라 살림살이에 '빨간 불'이 켜짐에 따라, 내년 예산의 전체적인 규모 역시 상당히 빠듯하게 짜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도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과의 내년도 예산 관련 당정협의에서 "올해 우리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에 따른 세수 감소로 내년엔 세입에 어려움이 예상되고, 반대로 세출은 새로운 지출 소요가 늘어나 내년도 예산을 짜기가 녹록치 않은 형편"이라고 토로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내년 예산을 한 푼이라도 더 확보하려는 각 부처 담당자들과 불필요한 예산을 깎으려는 예산실 실무자 사이의 '신경전'도 한층 더 치열해지고 있다. 예산실 공무원을 만나려고 각종 인맥을 동원하는 '줄 대기'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실제 재정부 예산 라인의 한 간부는 방으로 걸려오는 외부인의 전화에 대해선 '회의 중'이라는 등의 이유로 일부러 받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기자들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이에 해당 간부를 만나러온 외부 인사들은 경우에 따라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밖에서 기다리기가 일쑤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재정부 예산실 직원들을 향해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간 게 아니냐'는 불평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예산실의 한 국장은 "효율적인 예산 편성을 위해 다양한 의견을 들을 필요는 있지만, '누구랑 잘 안다'면서 무턱대고 찾아오는 사람들까지 다 만나다 보면 정작 우리가 일할 시간이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 때문에 재정부 예산실은 이미 지난달부터 외부 인사들과의 식사 자리를 자제하라는 사실상의 '외식 금지령'을 내려둔 상태다.
재정부 예산실은 오는 11일까지 각 부처의 내년도 예산 요구안 등에 대한 2차 심의를 마치고 이달 하순까지 미결 및 쟁점사업에 대한 심의 또한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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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실 관계자는 "10월2일까지 예산안을 국회에 내야 하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여름휴가는 엄두고 못 내고 있다. 또 예산안을 제출하면 국정감사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그러다보면 올해도 휴가시기를 놓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가족들에겐 좀 미안하지만, ‘나의 작은 실수가 나라의 1년 살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명감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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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석 기자 ys41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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