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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江서 시민 곁 '생명 살리는 江'으로 부활

친환경 새옷입은 울산 태화강


‘강따라 자전거를 타는 바이크족 옆으로 대나무밭이 펼쳐져 있다. 대나무밭 안에는 한여름에도 서늘한 바람이 불어온다. 대나무밭 끝에는 삼삼오오 모여 야유회를 나온 가족들이 한가한 오후를 보낸다.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면 백로가 하늘을 덮는다.’


지난 30일 찾은 태화강 생태공원은 한 폭의 유채화였다. 강과 나무, 꽃, 사람 등으로 구성된 이 풍경속에는 1960년대 대단위 중화학 공업단지 조성 이후 시작된 환경오염으로 시민들마저 떠나보냈던 '죽음의 강'은 온데간데 없었다.

1962년 울산은 제1차 경제개발계획으로 인해 공업특정지구로 결정된 이후 정유·비료·화학·석유화학·자동차 등 대한민국 산업화의 선봉장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개발 후폭풍으로 닥친 환경오염은 지역주민들까지 울산을 버릴 정도였다. 특히 태화강은 각종 오폐수로 인해 검게 변해버린지 오래였다.


“썩은 냄새에 물고기는 커녕 사람마저 버린 강이었다. 아파트가 강을 등지고 들어설 정도였다. 이곳에서 고기를 잡거나 수영을 한다는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박인필 울산시 환경녹지국장은 생태공원 조성 전 상황을 이같이 회상했다. 실제로 지난 2000년에는 물고기가 집단 폐사하는 등 태화강은 죽음의 강으로써의 면모를 확실히 드러냈다. 하지만 워낙 버려진 강이었던 탓에 시민들의 반응은 올 것이 왔다는 정도에 불과했다.


반면 울산시는 태화강을 살리기 사업을 시작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을지도 모른다. 시민들마저 등 돌린 강을 살린다는 건 시 자체로서도 의문이었다.


“먼저 강바닥을 긁어 냈다. 강바닥을 50cm나 파내 퇴적오염물을 걷어냈다. 강으로 들어오는 모든 하수관거는 새것으로 교체했다. 또 하수처리장 두 곳을 세우고 강 상류에 지하수를 강으로 끌어내는 작업도 실시했다. 이와 동시에 생태공원 조성 사업도 시작됐다. 빠른 시일내에 강의 모습을 되찾고 시민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게 목표였다. ”


한진규 울산시 환경정책과장은 이 사업을 실시하며 수질 개선 사업에만 4009억원이, 친수공간 조성에는 1791억원이 소요됐다고 말했다. 이에 태화강은 BOD 기준(1996) 6등급(11ppm) 강에서 지난해 1등급(2.0ppm) 강으로 거듭났다.


이날도 백로 무리가 강변을 따라 날아다녔다. 여름이면 평균 4000여 마리의 백로가 태화강변에 둥지를 튼다. 요즘에는 연어와 은어, 수달 등도 발견되고 있다. 이에 울산시는 매년 물축제를 개최하고 사람들을 모은다. 지난달 12일에는 성황리에 수영대회를 마쳤다.



주봉현 울산시 정무부시장은 “미니 4대강살리기 사업이 태화강에 펼쳐졌다고 보면 된다”며 “강 정비만 하는게 아니라 시민들이 숨 쉴 수 있는 공간 조성에 역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어 “울산에서도 태화강 주변의 조망권을 시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며 “시민들의 민심이 돌아오는 증거”라고 판단했다.


강을 등지고 아파트가 세워질 정도로 태화강에 대한 민심이 사나웠으나 강이 살아나자, 오히려 강변 조망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에 서울처럼 강변 스카이 라인을 높게 구성하지 않고 전 시민들이 즐길 수 있게 하자는 의견이 도출되고 있다는 게 주 부시장의 설명이다.


태화강을 떠나 김해공항으로 향하는 길에 비닐하우스가 줄지어 늘어선 낙동강 하류가 보였다. 일단 죽었던 강이 살아났다는 점에서는 낙동강의 부활도 꿈꿀 수 있는 듯 했다. 하지만 낙동강과 태화강은 본질적인 차이가 있는 강이었다.


대암댐과 사연댐에서 흘러나오는 태화강은 유량이 낮고 강 연장이 짧아 홍수 피해가 거의 없다. 하지만 낙동강은 매년 홍수, 가뭄 등 자연 재해로 인한 피해가 극심한 강이다.


강의 크기도 두 강을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 낙동강은 연장이 510km로 태화강(47.54km)의 10배 가량 길다. 면적도 2만3384km로 태화강 636.96km의 약 36배에 달한다.


또 수질 확보를 위해 사장보(모래를 막기 위한 보)를 없앤 태화강과 8개의 보를 세워 치수·이수능력을 확대하겠다는 낙동강은 사업적 중점사업도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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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7년여간을 공을 쌓아 만든 태화강 생태공원과 3~4년만에 완공하겠다는 4대강 사업과는 추진력에도 차이가 있다.


공항으로 향하는 길 한 마리 백로가 태화강에서 길을 잃은 듯 낙동강 상공을 휘날고 있었다. 꿈에서 현실로 돌아온 듯 다급한 마음이 역력했다. 차분한 마음으로 제 갈 길을 찾아 떠나길 바라며 서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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