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초대석] "3년내 200억 흑자전환..'막장'서 희망 캘것"
아시아초대석 조관일 대한석탄공사 사장
독하고 더 독한 경영.. 꼴찌 탈출 자신
적자 감소폭 확대.. 3년내 200억 흑자 전환
탄 캐는 로봇+신재생 결합 저탄소녹색성장 동참
앞으로 이면합의 있다면 사퇴할 터
대담=박희준 부국장대우 겸 정치경제부장
콱 막힌 교통체증이 풀리듯 막힘이 없었다. 억울함도 내비쳤고 답답함도 호소했다. 그러나 "지켜봐 달라, 반드시 변할 것이다, 그것도 독하게.."라고 끝맺었다. 장장 2시간에 걸친 조관일 대한석탄공사 사장의 인터뷰를 두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대한석탄공사는 지난 3개월동안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수 km의 막장과 터널을 지나 막 햇빛을 보는 순간 막장으로 다시 급전직한 것과 같았다. 탄광 노동자들의 피와 땀으로 파내려간 끝이 막장이다. 그러나 막장이 어느새 3각 4각 얼키로 설킨 불륜, 패륜의 끝장 드라마에 쓰이자 석탄공사는 고귀한 뜻이 담긴 '막장'이라는 말을 드라마에 사용하지 말것을 호소했다.효험이 났다.공사를 알리는 계기도 됐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최근 감사원 감사결과와 여론의 뭇매로 공사는 거의 초죽음 상태가 됐다. 적자속 방만경영, 노조에 휘둘린 무능한 경영진 등 온갖 비난을 다 둘러써야 했다.
지난 6일 경기도 의정부시 석탄공사 사장 집무실에서 만난 조관일 사장과 임직원들의 얼굴에는 상흔이 여전했다. 태풍이 휘몰아친 지 한달여, 관련자 문책과 임금 반납, 내부비리신고제 등 '클린 컴퍼니' 도약을 선언한 지 일주일여가 흐른 뒤였다.
조관일 사장의 첫 마디는 "감사원의 이번 감사(監査)를 감사(感謝)하게 생각한다"였다. 조 사장은 무엇보다 직원과 직원의 가족들부터 위로하고 조직을 안정시켜 독한 경영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독하디 독한 경영을 강도높게 추진하겠다고 각오로 말문을 열었다.
▲감사원 감사 결과 충격이 컸을 텐데.
=취임후 직원들은 "공사에 희망이 없다"는 말을 자주했다.그래서 희망을 주려고 일요일 저녁마다 두시간씩 글을 쓴다음 월요일 오전에 '희망의 편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46주동안 한번도 빠지지 않았다. 감사원 감사결과가 발표되고 여론의 뭇매를 맞은 날 딱 한번 빠뜨렸다.이 판국에 '희망의 편지'가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그러나 좋은 약은 입에 쓰다(良藥苦於口)고 하지 않나. 오히려 감사가 빨리 난 것이 다행이라고 본다. 감사한다. 감사가 늦어졌다면 비리는 계속됐을 것이다.감사원 감사는 우리 공사에 새로운 도약의 모멘텀을 줬다.연말께가면 경영혁신 성과가 나타나 만년 꼴찌를 완전히 졸업할 것으로 자신한다. 유관 10개 그룹에서 9등에서 3~4등까지 오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억울한 점이 있지는 않는가
=구구절절하게 설명할 것 없다. 석탄공사만의 관행이라면 관행(나쁜 관행이라기보다 불가피한 가관행)도 있고, 공사만의 특성도 있다. 그런 고려 없이 비난받은 점은 안타깝다. 우리 공사를 만년 꼴찌라고 한다. 반에서 10등 하던 학생이 5,6등으로 오른다고 별 차이가 없다. 60등하던 학생이 여름에 개과천선해 12월에 성적이 크게 올랐다. 그런데 그전에 꼴찌하던 태생적 한계가 이후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 지금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앞으로 노사이면합의는 절대 없다는 것이다. 취임 이후 노사 이면합의가 드러난다면 사장직에서 물러날 각오가 돼 있다.
▲사장직을 내걸만큼 자신하는 이유는
=공사는 산업 자체도 간단하고 비리유형도 간단하다. 탄 캐고 운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공사 전체가 감사받은 것은 14~5년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이번 감사에서 비리의 모든 유형이 다 나왔다고 생각한다. 7월까지 내부비리 자진신고제를운영하고, 8월 말부터 일제히 재점검할 계획이다. 앞으로 미리미리 나타난 비리는 감사원에 자진신고하겠다. 휴가도 안가고 이른 시간안에 마무리하겠다.
▲그래도 직원 처우개선은 해야 하지 않나.
=우리 공사는 3년째 사람을 채용하지 못하고 있다. 전체 2007명 직원의 대부분이 생산직이다. 평균연령이 40대 중반이다. 평균 급여는 4000만원대지만 노동강도가 매우 높다.채탄장 기온이 섭씨 32도가 넘는다.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른다.그런데 직원 신체검사에 들어가는 비용이 1년에 2만원에 불과했다.다른 공기업을 조사해봤더니 30만~40만원이라고 했다.어려운 여건을 감안해 15만원으로 올렸다.
예산제약 때문에 출생연도에 따라 홀짝제로 번갈아 지원하고 있다.이처럼 어렵다보니 지방에서 본사로 오려는 직원이 없다. 의정부 본사로 올라오면 도저히 생활이 안되기 때문이다.현장 근무를 선호하는 이유다.직원이 2000명이 넘고 광업소 3곳, 사업소 3곳 등을 운영해도 사장 1명에 임원은 2명 뿐이다.우리 공사는 방만경영이 아니라 과도한 긴축경영을 하고 있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사람들은 비판은 하지만 석탄공사가 도대체 어떤 기관인지 잘 모른다.
=우리는 공기업이다.국정감사를 받는 피감기관이다.채탄장이 깊어 힘은 더 들지만 공기업이라는 이유로 생산단가를 제대로 보장 받지 못하고 있다.때문에 적자를 보면서도 석탄을 캐낼 수밖에 없다.민간업체라면 광업소를 통폐하면 그만이다.그러나 지방에 광업소를 둔 우리 공사는 지역경제도 생각해야 한다.게다가 에너지 주권도 고려하고 있다.탄광을 폐쇄하면 물이 차서 다시 복구하는 데 족히 6~7년이 걸린다.그래서 캐고 또 캐는 것이다.그러나 석탄업의 발전과 지속가능경영을 위해 다른 유관 공기업과 통합하자고 하자면 오늘이라도 사퇴할 수 있다.
▲취임후 이른바 '독한 경영'을 표방했는데 어디서 나왔는가.
=취임을 앞두고 제가 30년 직장생활동안 모아놓은 스크랩북을 펼쳐 봤다.모든 공기업 CEO들이 한 말이 '바꾸자''혁신하자'였다.그런데 제대로 바꾼 곳이 없었다. 그래서 "원칙을 갖고, 지독하게 실천하자"는 생각을 했다.그게 독한 경영이다.취임식을 장성광업소 막장에서 한 것도 그런 의지를 다지기 위해서였다. 고객인 전국 49개의 연탄공장을 일일이 방문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독한 경영은 저의 좌우명 "제대로 하자"와 일맥 상통한다. 전에 농협교육원장으로 있을 때 "하려면 제대로 하자"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내가 하도 이런 말을 많이 하니 당시 교육생들이 동아리 이름을 'JDR'로 했다.제대로 하자의 영문 머릿글자를 따서 만든 이름이었다.제대로 해서 수익성을 올리겠다.
▲어떻게 수익성을 올릴 계획인가.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현재 일부 광업소의 경우 지상에서 지하 채탄장까지 3.8km다. 가는데 1시간, 오는데 1시간 걸린다. 점심을 빼면 하루 8시간에 절반을 오가는데 쓴다. 게다가 탄 을 캐면 t당 4만원 적자를 본다. 결국 사람을 줄이든가 탄 가격을 올리던가, 대체사업을 해야 한다. 막장에서 시무식을 한 뒤 샤워하다 "아예 로봇으로 탄을 캐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상에서 로봇을 원격조정해 탄을 캐도록 하는 것이다. 극한 상황에서 폭발물을 제거하는 군사용 로봇을 생각하면 된다.연구기관에 실현 가능성을 타진해보니 의뢰로 간단하다는 답을 들었다.
조만간 강원도 태백시와 양해각서(MOU)를 체결, 장성광업소에 실증현장을 만들어 실험을 할 계획이다.또 갱도에서 나오는 바람으로 주판알 같은 초소형 풍력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자체 공급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로봇이 구현돼 생산성이 30% 오르고, 자체 전기해결로 연간 90억을 절감한다는 복안이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다른 아이디어들이 현실화된다면 3년안에 160억원 내지는 200억원의 흑자를 낼 것으로 확신한다. 이미 독 한 경영을 1년여 가량하면서 적자감소폭이 35%나 줄었다.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비전을 실천하는 방안도 있다고 들었는데
=공사 기술연구소는 무연탄에 폐플라스틱을 섞어 가스를 만드는 특허를 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이는 청정에너지 생산기술로 2010년 상용화가 목표다. 또 한국동서발전과 강원도 삼척과 경북 봉화 등지에 있는 공사 소유의 임야에 풍력ㆍ태양광발전소 건설에 나설 계획이다. 공사는 유휴토지를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고, 동서발전은 대규모 유휴토지를 활용할 수 있게 돼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 도입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이다. 지하로만 들어가던 석탄공사가 이제 로봇, 신재생에너지로 수평이동을 하는 셈이다. 3년 후가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다. 희망이 보인다. 희망의 편지를 다시 쓰겠다.직원가족들이 희망을 갖도록 이들에게 맨먼저 보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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