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금강산관광지구 내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근로자가 사망했다면, 그것이 해당 근로자의 과실 때문이라도 고용 업체에 일부 배상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근무지가 북한 영토라는 특수성을 고려한 판결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이병로 부장판사)는 강원도 고성군(북측) 골프장ㆍ리조트 건설 현장에서 일하다가 과음 등 이유로 목숨을 잃은 일용근로자 A씨 유족이 고용업체 E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E사는 유족 측에 67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근무지에 북측 금강산지구라는 특수한 장소적 제한이 있고 남북 출입이 용이하지 않으므로 E사는 근로자들을 우리나라로 데려올 때까지 이들의 건강장해를 해소하고 생명보전과 안전 및 보건을 유지ㆍ증진토록 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E사가 근로자 외출시에 외출증ㆍ관광허가증을 발급해 관리해온 점 등에 비춰 보면, 소속 근로자들은 오로지 E사 보호 아래 근무하고 있었다"면서 "(A씨가)술을 너무 많이 마셔 건강 이상이 발생한 사실을 알았다면 즉시 병원에 후송하는 등 보호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 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A씨가 건강에 이상이 나타났다면 E사에 심각성을 알리고 적극적으로 병원후송 요청을 했어야 하는데도 이를 게을리 했고 40도 짜리 술을 과량섭취한 잘못이 인정된다"며 E사 책임을 40%로 제한했다.
2007년 7월부터 공사현장에서 콘크리트 평탄 작업을 수행하던 A씨는 같은해 9월 허리 통증을 이유로 작업에 나가지 않겠다고 신고한 뒤 숙소에서 식사도 거른 채 40도 짜리 북한술 3병(1병 650㎖)을 마셨고 심한 구토와 함께 복통을 호소했다.
이에 동료들이 E사 측에 A씨를 병원으로 후송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조치는 즉시 이뤄지지 않았고, E사는 약 8시간 뒤 A씨가 화장실에 갔다가 기어나올 정도로 상태가 악화되자 그를 병원으로 옮겼다.
A씨는 알코올 과다섭취와 구토로 인한 탈수증세를 보이던 중 심장이 정지돼 숨졌다.
한편, E사는 금강산관광지구 독점 사업권자인 현대아산으로부터 토지이용권과 개발사업권을 양도 받아 강원도 고성군 온정리 일대에 골프장ㆍ리조트 건설을 시행 중이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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