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금융기관의 최고경영책임자(CEO) 전용 회전문이 고장났다?
최근 월가의 대형 금융사들이 CEO 가뭄난을 겪고 있다. 금융 위기 여파로 CEO의 보수는 대폭 삭감된데다 금융기관에 대한 정부의 감시가 크게 강화되면서 부담을 느낀 경력 CEO들이 이를 마다하고 있는 것. 급기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이를 빗대어 'CEO 전용 회전문이 고장났다'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CEO 알선 업체 크라이스트/콜더의 사장인 피터 크라이스트는 "금융업계에서 CEO에 대한 매력은 그다지 높지 않다"며 "특히 실력자들은 그들의 경력관리를 위해 문제있는 기업의 CEO 자리에 오르는 리스크를 지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현재 공석이거나 곧 공석 예정인 CEO 자리는 넘쳐나지만 지원자들의 경력이나 자질은 예전 수준에 훨씬 못 미치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새로운 CEO를 찾고 있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씨티그룹의 고민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한 관계자는 "모시려 해도 아무도 수락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씨티그룹의 경우, 전 U.S.뱅코프의 CEO를 지낸 제리 그룬드하퍼는 비크람 팬디트 CEO의 후임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씨티그룹이 사실상 정부 산하에 편입된 만큼 정부의 살벌한 감시와 낮은 보수에 대한 우려로 CEO 자리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AIG), 하트포드 파이낸셜 서비스 그룹, 모기지 업체인 프레디맥 등도 CEO 모시기에 급급하다.
경영컨설팅업체 부즈앤코에 따르면 시총 기준 세계 2500위권에 든 금융기관 가운데 18%가 2008년에 CEO를 잃었고, 이들 회사 가운데 과반수의 CEO들이 사임 압박에 시달렸던 것으로 조사됐다.
BoA는 케네스 루이스가 물러난 이후 후임자 물색에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거액의 보너스 잔치와 메릴린치 인수 과정에서의 부적절한 사정이 폭로되면서 적임자가 나서지 않고 있는 것. 루이스 CEO 역시 거센 사임 압력을 받았다. 메릴린치의 존 테인 역시 불명예를 안고 회사를 떠났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월 프레디맥의 CEO에 오른 데이비드 모펫이 BoA와 씨티그룹 CEO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 소식통은 밝혔다. 다만 그의 결점은 거대 기업에서 활약하기엔 경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라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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