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 중인 아내를 찾아가 문 밖에서 소리를 지르고 협박 조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만나줄 것을 요구한 남편에게 법원이 '접근금지' 명령을 내렸다.
아무리 '법률상 부부'라 해도 상대가 평온한 사생활을 영위할 권리는 보장 해줘야 한다는 판단이다.
28일 법원에 따르면 남편 A씨와 아내 B씨는 1989년 결혼한 뒤 약 18년 만인 지난 2007년 별거에 들어갔다.
당시 B씨는 두 자녀를 데리고 친정인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지내기 시작했는데, 얼마 뒤부터 A씨가 찾아와 아파트 앞에서 소리를 지르고 계단에서 밤을 지새우며 자신과 만나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A씨가 한 발 더 나아가 '여기서 죽어버리겠다'는 내용의 휴대폰 문자메시지까지 보내며 집요하게 만남을 요구하자 B씨는 이혼 소송과 함께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박병대 수석부장판사)는 결정문에서 "B씨는 인격권에 기하여 자신의 의사에 반하는 행위를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며 A씨에게 B씨 주변 100m이내에 접근하지 말 것을 명령했다.
또 "A씨와 B씨가 이미 상당기간 별거를 하며 독립된 생활을 영위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이혼청구의 소까지 제기한 상황이라면 B씨가 일정 범위 내에서 평온한 사생활을 추구할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A씨의 접근이 자녀들의 평온한 사생활 추구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있는 것은 별론이고 미성년 자녀들이 권리를 침해당했다면 스스로 권리 구제를 구할 수 있다"며 자녀들에 대한 접근금지 신청은 기각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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