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수익성이 악화될수록
채권은행 수가 늘어날수록 연장 소극적
글로벌 금융위기로 은행들이 대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채권자들이 채무 만기를 연장해 주지 않은 이유를 분석한 보고서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3일 정형권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 과장은 채무 만기연장에 관한 게임이론적 분석 보고서를 통해 “채무자의 수익성, 청산가치 등 사업성격 등 펜더멘털 뿐 아니라 채권자의 구조도 채무의 만기연장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외환위기 직후 5개 은행이 우량은행들에 인수됐을 때 피인수은행과 거래하던 중소기업들의 경우 채무 만기연장비율이 69.3% 수준까지 떨어져 도산 위기에 몰린 적이 있었다.
최근 해외 채권은행이 외화채무 만기연장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임으로써 국내은행은 외화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선업체와 건설업체의 경우 기존 채무의 만기연장 여부가 최근 기업의 존립과 관련해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정 과장은 채권자가 만기연장 거부 여부에 관해 의사결정을 하는 모형을 설정해 채무자의 사업 성격과 채권자의 구조가 채무 만기연장에 영향을 미치는 메커니즘을 분석했다.
분석결과는 4가지로 정리되는데,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될수록 채무의 만기연장에 따른 채권은행의 비용이 커지기 때문에 채권은행은 채무의 만기연장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또한 채권은행이 보다 근시안적이 되거나 또는 기업이 실행한 투자를 중도에 청산하는 것이 용이해질수록 채권의 조기회수에 따른 수익이 커지기 때문에 채권은행은 채무의 만기연장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게 된다.
다음으로 기업의 채권은행 수가 늘어나면 개별 채권은행 입장에서는 만기연장 거부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다른 채권은행에 전가하는 것이 용이해지기 때문에 채무 만기연장에 소극적이게 된다.
마지막으로 주거래은행의 경우 거래기업의 성공에 따른 수익이 여타 채권은행에 비해 더 크기 때문에 기업의 펀더멘털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여타 채권은행보다 채무의 만기연장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그는 “채무자는 만기연장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유동성 위기에 봉착하게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는 우선 채무상환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수의 금융기관과 거래관계를 유지하는 것보다는 소수의 금융기관과 밀접한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유윤정 기자 yo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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