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이 자본 부족에 의한 은행들의 대출거부 사태를 막기 위해 중앙은행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상업은행에서 후순위채를 매입키로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은행들의 자기자본 비율 확대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한정적일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18일 일본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17일 정책위원회를 열고, 급격한 경기 악화에 따른 재무기반 위기를 이유로 금융기관들이 기업에 대한 자금줄을 끊지 못하도록 대응책을 논의했다.

회의 결과, 일본은행은 은행들이 대출을 원활하게 실시할 수 있도록 금융기관의 자본 확충을 지원하는 새로운 대책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구체적으로는 국제업무를 하고 있는 대형은행이나 일부 지방은행에서 1조엔 어치의 후순위채를 매입한다는 방침이다. 기간은 향후 검토할 계획이다.

그 동안 일본은행은 기업어음(CP)이나 회사채 매입 등을 통해 기업의 자금조달을 지원해 왔다. 하지만 주가가 한층 더 떨어지면서 금융기관의 경영난이 심각해지자 후순위채까지 매입하는 이례적인 조치를 단행하게 됐다.

시라카와 마사아키 일본은행 총재는 기자 회견에서 "자력으로 자본을 조달하는 것이 대원칙이지만 공적자금으로 자기자본을 늘리는 개정 금융기능강화법과 함께 일본은행의 이번 조치를 통해 금융기관들이 자기자본 강화에 힘써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일본은행은 정부가 공적자금으로 은행에서 우선주 위주로 매입하고 있어 은행들이 정부의 경영 개입을 우려해 활용이 저조하다고 판단, 후순위채를 매입해 금융기관들이 자본 확충하기에 수월한 환경을 정비하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하지만 일본은행의 후순위채 매입에 대해 시장에서는 냉소적인 분위기다.

닛코씨티그룹의 수석 스트래티지스터 사노 가즈히코(佐野一彦)는 "일본은행이 CP를 매입키로 하고 입찰에 나섰지만 4회 모두 응찰률이 저조해, 자금공급 수단을 한층 넓히려는 것"이라며 "신용경색을 완화하면 할수록 일본은행의 자산만 열악해질 뿐"이라고 지적했다.

다이와증권SMBC의 수석 스트래티지스트인 스에자와 히데노리(末澤豪謙)도 "이미 예고된대로 후순위채 매입액이 1조엔으로 한정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경영 개입을 우려해 정부 자금 활용을 꺼리는 은행들에겐 다소 부담이 적어졌지만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에겐 여전히 '남의 일'"이라고 설명했다.

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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