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원자재값 상승 '삼중고'.. 양파 70% 올라
밀가루값 인상땐 연쇄폭등 가계 파탄 위기감


# 1. "예전엔 10만원 정도면 일주일치 장을 봤는데 지금은 세제와 위생용품, 반찬거리 등 꼭 필요한 것만 샀는데도 15만원이 훌쩍 넘었어요" 지난 8일 동네 대형백화점내 식품 마트를 찾은 주부 송 모(38)씨는 "가족 4명 먹을 것을 당장 줄일 수도 없는 노릇이라 다른 곳에서 나가는 지출을 줄이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2. 안산시 초지동에 사는 주부 권 모(35)씨는 지난 7일 대형마트에 들렸다가 턱없이 오른 물가에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권 씨는 이날 쌀 20㎏(팔탄농협 햇살드리 5만3800원)과 저녁에 수제비를 하기 위한 밀가루(대한제분 1㎏ 1390원), 양파(2980원), 애호박 (2개 2360원), 감자 (2120원), 전골용 모듬버섯(2980원)을 사고 영양란(30개 5550원), 자장라면(5개 3390원), 그리고 아이들 간식용 요구르트(1ℓ 6150원)를 구입했다. 생활용품으로는 각티슈(6500원)과 섬유유연제(9900원)를 샀다. 품목수로는 11가지지만 어느새 액수는 10만원을 넘고 말았다.
 
#3. 경기도 부천에서 자그마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김 모씨. 그는 사람들이 찾는 음식에 재료를 쓰지 않을 수도 없고 가뜩이나 장사가 안 되는데 당장 가격을 올릴 수도 없는 처지라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무차별적 환율 공습이 시작됐다. 경기불황에다 환율인상, 원자재인상 등으로 소비자 물가는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고통이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현재 분위기로 봐선 생필품값의 연쇄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설탕값 인상에 이어 밀가루값 마저 인상될 경우 이들 원재료를 사용하는 라면, 제과, 제빵, 빙과, 음료값 인상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환율 급등으로 인한 생필품값 인상이 소비심리 위축과 함께 결국 내수시장 부진으로 이어져 서민 경제 파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9일 홈플러스에 따르면 지난 1월 개당 3890원하던 파인애플은 현재 4980원으로 28.0% 뛰었고, 바나나(100g)는 228원에서 248원으로 8.8% 올랐다. 또 옥시 파워크린 드럼용 세제(2.4kg)은 지난달 1만1900원에서 1만2900원으로 8.4%, P&G 팬틴샴푸(550ml)는 7600원에서 8300원으로 9.2%, 농심켈로그 현미후레이크(590g)는 6290원에서 6790원으로 7.9%, CJ 햇반미역국밥(194g)은 2750원에서 2950원으로 7.3% 올랐다. 

실제로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52개 주요생필품 물가동향을 살펴보면 전년 동월에 비해 양파 69.3%, 귤 59.6%, 비스킷 46.7%, 고등어 39.8%, 우유 35.1%, 돼지고기 25.3%, 세제 17%, 스낵과자 15.8%, 빵 15.2%, 화장지 15.2%, 고추장 14.7%, 라면 14.3% 등 거의 모든 생필품값의 상승폭이 '살인적'인 수준이다.

CJ제일제당측은 "원가절감으로 가격상승 요인 요인을 버텨내다 한계상황에 직면하게 됐다"며 지난 9일 설탕제품의 출고가격을 평균 15.8% 인상했다. 지난해 11월 25일 설탕 출고가를 15% 올린 후 4개월이 채 되지 않은 시점이다.

식품업계 1위인 CJ제일제당의 설탕값 인상으로 삼양사와 대한제당 등도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제분업체들 또한 환율 급등으로 환차손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며 밀가루값 인상 시기를 엿보고 있다.

국내 라면업계 선두주자인 농심의 한 관계자 "지난해 국제곡물시장에서 밀가루 가격이 많이 올랐는데 그 부분은 이미 어느 정도 반영된 상태"라며 "최근에는 환율상승으로 인한 손실이 막대하게 불어나고 있지만 가격인상보다는 자체 비용절감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외환위기설'과 '11월 물가대란설'은 단지 '설'에 불과하다"며 "그같은 위기는 있을 수도 없는 일이며 물가는 곧 안정될 것"이라고 되뇌어왔다. 그러나 물가 잡기는 번번히 실패했으며 결국 경제부처의 수장은 새 인물로 바뀌고 말았다. 생필품 관리를 통해 물가를 잡을 것이라 누누이 공언해왔던 MB정부의 외침은 이미 공염불이 된 지 오래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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