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고민..추가조정 이어질 듯



뉴욕증시가 전날 급등 하루만에 1% 이상 뒷걸음질했다. '은행을 국유화하지 않겠다'며 하루 전 홈런을 날렸던 벤 버냉키 FRB의장은 다시 한 번 똑같은 궤도로 배트를 휘둘렀지만 이번엔 허공만 갈랐을 뿐이다.

투자자들은 더 이상 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은 채 등을 돌려세웠다. 오히려 이들은 세계경제 침체의 골이 얼마나 깊고, 언제까지 지속될까를 재차 고심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위기의 진앙지인 주택문제가 예상과 달리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은데 따른 실망 매물이 속출했다.

장중 발표된 1월 기존주택판매는 449만채로 12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져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켰다. 이는 블룸버그전문가 예상치 479만채보다도 크게 밑진 수준.

여기에 보험업체의 실적 부진, 동유럽 디폴트 우려 가중 등 악재가 겹치며 장 중반 다우지수 하락폭이 200포인트에 달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26일 새벽 거래를 마친 뉴욕 주요증시는 전날 급반등세를 이어가지 못한 채 하루만에 다시 1%대 낙폭을 고루 기록했다.

블루칩 중심의 다우 지수는 7270.89로 전일대비 80.05포인트(1.09%) 하락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425.43으로 16.40포인트(1.14%) 내렸다.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는 764.90으로 8.24포인트(1.07%) 되밀렸다.

재무부가 공개한 '스트레스 테스트' 가이드라인을 통해 미 은행들에 대한 추가 자본확충 계획이 구체화되면서 장후반 일부 금융주를 중심으로 플러스권으로 돌아서기도 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BAC)가 9.1% 상승했지만 씨티그룹(C)은 3.1% 내렸다.

미국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한 데 따른 실망감이 이날 우리 증시 흐름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뉴욕 상품시장의 계속된 반등세와 구체적 금융구제안 등이 상승요인이 될 수 있지만 모기지시장이 여전히 불안하다는 점에서 우리 증시에 미칠 긍정적 영향력은 반감될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뉴욕시장 하락여파로 원ㆍ달러 환율이 재차 전고점을 뚫고 상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증시의 추가 조정이 이어질 수도 있다.

여기에 양치기소년처럼 '3월위기설'이 없다고만 외쳐되는 금융당국의 무책임한 태도 역시 부담이다. 원ㆍ달러 환율이 IMF 환란 수준에 근접해 있는 것 자체가 위기상황인데도 고환율을 용인하겠다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설상가상 일각에서는 이미 2월과 3월 수출이 예상보다 더욱 나쁘게 나올 수 있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올 해 설 연휴가 지난달에 있어, 2월 조업일수가 작년 동기에 비해 많은데 따라 지난 20일까지의 수출은 정부 말대로 전년동기대비 좋을 수 있지만 월말까지 감안하면 그렇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최근 엔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대일경쟁력마저 낮아져 수출 기업의 실적이 의외의 결과로 나올 수 있다는 점도 힘을 더하고 있다.

전날 서울외환시장에서의 장중 원ㆍ달러 환율 흐름을 감안할 때, 환율의 추가 상승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또한 간밤 뉴욕장에서 달러는 엔화를 제외한 주요통화에 대해 강세로 돌아섰다. 미국 정부의 금융기관 구제책이 구체화된 영향으로 해석된다. 달러는 유로, 파운드,호주달러, 뉴지 달러에 대해 강세인 반면 엔화와 스위스프랑에 대해서는 약세를 기록했다.

상품시장에서는 금을 제외하고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경기회복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도사리고 있는 것.



NDF 상황 역시 일단은 우호적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NDF 상 원.달러 환율 호가는 전날 종가 수준(1516원)을 밑돌고 있다.

그러나 설사 환율이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다 할 지라도 외국인이 팔자세를 멈추지 않는다면 증시의 추가 조정은 불 보듯 뻔한 일.

외국인은 전날까지 12일 연속 코스피시장에서 매도우위를, 선물시장에서도 8일째 매도 랠리를 지속했다. 특히 전날 장 마감 무렵 2400계약(1700억원)을 순간적으로 쏟아낸 점을 감안한다면 이들의 추가 매도 여력은 아직 남아 있어 보인다.

다만 외국인 누적순매도규모가 이전 최고치를 이미 넘어선데 따른 환매수 유입 기대 역시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환매수가 나온다면 프로그램이 순매수로 전환돼 수급에 단비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호흡을 길게 가지고 최근 국내외펀드 흐름을 관찰한다면 우리 증시 역시 전저점 테스트 가능성을 대비할 필요가 있다.

전세계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전저점을 꿰뚫고 내려서고 있는데다 엎친데덮친격으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최근 뉴스 역시 외국인들을 불안케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경탑 기자 hang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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