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 버클리대의 조지 애컬로프 교수는 '중고차 시장은 레몬 시장'이라는 이론을 발표했다.
레몬 시장 (Lemon Market) 이란 맛 없는 과일인 레몬밖에 널려 있지 않다는 뜻이며 미국 중고차 시장을 빗댄 표현이다.
중고차 시장에서 구매자는 판매자보다 차량의 성능과 품질에 대한 정보가 적은 정보의 비대칭 상황에 놓인다. 이 경우 구매자는 비싼 값을 지불하지 않으려고 하고 판매자는 성능이 좋은 차를 구매자가 제시하는 낮은 가격에 팔지 않는다. 결국 중고차 시장은 성능과 품질이 좋지 않은 '레몬'만 거래되는 역선택의 문제가 발생한다.
최근의 개인신용대출 시장을 살펴보면 이 시장이 레몬 시장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금융기관은 실물경제가 침체되면서 대출 부실을 우려해 리스크가 큰 신용대출을 극도로 피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정상적으로 상환이 가능한 고객까지 대출을 거절하거나 매우 높은 수준의 금리를 요구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정상적인 금융거래가 가능한 고객마저도 제도권 내 금융기관의 대출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으며, 그 결과로 당국의 감독권 밖에 있는 '미등록 사채업체'에 의한 불법 고금리 대출이나 악덕 채권 추심, 대출 사기 등의 피해를 보는 일이 언론에서도 종종 보도되고 있다.
레몬 시장의 장기화는 시장의 실패를 의미한다. 역선택이 일반화되면 어느 누구도 시장에서 재화를 공급하지 않으려고 하거나 수요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으며, 이 경우 시장의 조절기능은 없어지고 정부 개입의 당위성이 성립된다. 개인신용대출 시장이 레몬시장으로 변질되지 않기 위해서는 뒤에 언급할 두 가지 논점에 따라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첫째로 레몬시장이라는 용어의 생성 원인이 '정보의 비대칭성'에서 생겨났듯이 문제를 풀기 위한 근본적인 방법 역시 정보 비대칭성의 해소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중고차 시장이 레몬 시장이 되지 않은 이유는 판매자가 중개기관을 통해 전문가의 점검과 확인으로 차량의 적정가격을 산정해 제시하거나 일정기간 동안 무상수리를 약속하는 보증서를 발급하는 등 중고차에 대한 정보를 상대방에게 지속적으로 보냄으로써 구매자가 이를 믿고 거래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개인신용대출 시장 역시 중고차 시장에서의 접근 방식과 같다. 금융기관이 신용정보회사와 같은 전문기관을 통해 대출수요자의 우량정보와 불량정보를 모두 공급받아 '정보의 비대칭성'을 제거했을 때 실행할 대출이 앞으로 부실화 될지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게 된다.
그리고 이와 같이 대출 수요자의 우량정보, 불량정보를 정확하게 관리하고 제공하기 위해서는 현재 쪼개져 있는 개인 신용 정보의 유통을 통합하고 금융기관이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정부나 금융기관, 신용정보회사가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며, 이를 통해 시장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
또한 이는 고객에게도 이익을 가져다 주는데 고객의 입장에서도 자신이 대출을 충분히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금융기관이 이러한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해 대출을 거절당하는 일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둘째로 금융기관이 충분한 정보를 통해서 대출의 실행여부를 판단해도 대출이 불가능한 차입자는 항상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신용취약 계층이 '미등록 사채업체'와 같은 제도권 바깥으로 내몰리지 않기 위해서 정부가 일정 부분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를테면 금융소외계층에 대해 정부가 생활안정기금을 조성해 서민과 저소득층에 공적금융의 형태로 장기저리 대출을 실행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수행해야 하는 역할을 계속적으로 시장에 맡겨두면 금융기관들이 효율적으로 본래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게 된다. 개인신용대출 시장이 레몬 시장으로 변질되지 않으려면 시장과 시장 외 기능을 구분하고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텀블러에 담아 입 대고 마셨는데…24시간 지난 후...
개인신용대출 시장이 레몬 시장으로 변질되지 않기 위해 중요한 두 가지 요인을 검토했다. 덧붙여 이 두 가지 요인은 매우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데, 첫 번째 요인인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역할만을 강조한다면 시장 참가자의 도덕적 해이가 결합돼 과도한 비용이 수반되며 또한 그 효과도 반감될 수 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향후 개인신용대출 시장의 안정화를 위해서 정보의 비대칭성 해결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정보의 비대칭'이란 추상적인 장애를 극복하는 것은 그에 따르는 사회적 합의와 비용을 수반할 수 밖에 없지만 이는 역선택과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고 금융시장을 안정화시키는 인프라라는 측면에서 시급하고 절실한 과제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