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보다는 많이 어두웠지. 아무래도 상황이 그렇잖아."
지난 5일 한국 금융의 중추들이 한 자리에 모였던 2009 범금융기관 신년인사회에 참석했던 한 부행장의 씁쓸한 말이다.
해마다 1월초 지난 해를 뒤돌아보며 한국 금융시장의 발전과 정당한 경쟁을 다짐하는 금융기관 신년인사회는 주요 금융권 거물들이 한자리에 모이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당연히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과의 환담 나누며 들뜨고 밝은 가운데 치뤄진다.
그러나 올해는 확실히 지난 해처럼 들뜬 분위기는 사라지고 다들 긴장하고 어두운 표정이 역력했다.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조용한 편이었고 비교적 간단히 치뤄졌다.
행사에 대한 관심도 낮았다. 경제위기로 인해 지난해 유독 힘들었던 격전을 치룬데다 금융살리기에 대한 전략을 세우기에 올해 상황이 더욱 비관적이기 때문이리라.
그만큼 경제 관료들의 신년사는 참석한 금융권 인사들에게 압박의 무게를 더했다.
이날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전광우 금융위원장,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정치권을 대표하는 김영선 국회 정무위원장마저 금융인들의 신속한 구조조정을 위한 역할론 강조했기 때문이다. 부실기업의 조속한 퇴출을 통한 경제 체질강화에 일제히 한목소리 높인 것.
은행을 중심으로 한 구조조정 일정이 코앞에 다가온 데다 신년회에서도 은행의 역할을 강조하는 관계자들의 발언이 나왔으니 당연히 분위기는 어두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신년사가 끝난 뒤 절반 이상은 이미 나간 뒤였다.
그럼에도 참석 관료와 금융기관 인사들 경제 살리기, 금융시장 살리기에 '올인'하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모습이었다.
김정태 하나은행장은 "지난 해는 많이 힘들었지만 올해는 하나은행의 흑자 등을 보여줄 수 있을 것"며 "진정한 승자가 누가 될 것인지 올해 기대해도 좋다"며 자신감에 찬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150달러가지 치솟았던 국제유가가 30~40달러대로 하락하고 있고 경상수지도 흑자기조로 전환되는 등 위기관리를 위한 토대는 마련됐지만 올해 경제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는 것이 상당수의 전망이다. 그러나 외환위기 직후 열린 98년 신년회했던 것처럼 이들의 다부진 각오는 위기를 타개하는 밑거름이 되리라 본다.
이날 신동규 은행연합회장의 건배사처럼 20만 금융인이 맡은 소임을 다해 일한다면 지금의 어려움을 능히 극복해 2010 신년인사회에서는 밝은 모습으로 인사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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