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질 서툴고 허브도 두려워"…조리 교육의 민낯
김은희 더 그린테이블 셰프
"원리·철학 중심 교육으로 전환해야"
"시스템이 중요…글로벌 틀에 전통 담아야"
"파인다이닝을 꿈꾼다고 하는데 정작 칼질은 서툽니다. 생소한 허브 한 잎 다루기도 두려워하죠. 재정적 한계라는 핑계 뒤에 숨기엔 교육의 질이 너무 낮습니다."
창덕궁 옆에서 17년째 더 그린테이블을 운영 중인 김은희 셰프가 밝힌 한국 조리 교육의 현실이다. 지난 18일 국가유산진흥원이 개최한 한식 포럼에서 조리 전공 졸업생들을 채용하며 느낀 현장과 교육의 괴리를 지적했다.
그는 해법으로 2002년 요리를 시작해 뉴욕 C.I.A로 떠났던 자기 경험을 제시했다. 미국의 문화와 시스템을 몸으로 직접 흡수하기 위한 여정이었다. C.I.A는 1946년 설립된 최고 권위의 요리 전문 교육기관이다.
21개월의 교육과정은 전문가로 거듭나는 최적의 루틴이었다. 칼질부터 서빙, 인턴십, 레스토랑 운영까지 주방의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경험했다. 김 셰프는 "현지 식자재와 문화에 노출되는 환경에서 강도 높은 인턴십을 통해 실무 감각을 익힐 수 있었다"며 "우리가 반드시 가져와야 할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언어와 문화 장벽 등 단점도 있었다. 귀국 뒤 네트워크 부재로도 고생했다. 기술자이자 경영자로서 문제를 물어볼 곳 없는 외로움을 홀로 견뎌야 했다.
그가 한국 조리 교육에 바라는 건 자신이 품었던 독기가 아니다. 원리와 철학 중심의 교육이다. "레시피보다 식자재의 변화 원리를 가르치고, 요리뿐 아니라 와인·서비스·경영 마인드를 묶은 '오너 셰프형' 커리큘럼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셰프는 전통의 재해석도 강조했다. "프렌치를 하면서 느꼈던 갈증을 사찰과 궁중음식에서 해소할 수 있었다"며 "처음부터 우리 뿌리에 대한 깊이 있는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한 시각으로 시스템을 구축하고, 알맹이를 우리 것의 정수인 전통으로 꽉 채워야 합니다. 후배들이 먼 길을 돌아오지 않도록, 체계적이면서 본질에 충실한 교육 현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예비 셰프들에게는 주방에서 살아남는 태도부터 배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냥 하십시오. 안 되는 상황을 핑계 대지 말고 물리적·정신적 환경부터 바꾸십시오. 외국에서 견딜 각오라면 한국에서도 반드시 승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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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셰프는 서른이 다 돼 유학을 떠났다. 인맥을 만들지 못하고 서둘러 귀국해 아쉽지만, 모든 후회가 자신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매일 소모되는 느낌을 지우기 위해 공부한다. "17년을 이어온 힘은 버팀이 아니라 진심이었습니다. 정말 좋아하는 일이라면 그 시간은 쌓이게 마련입니다. 마음을 다하면 결국 이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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