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간다는 기업을 막을 수 있나요? '코스닥에 남으면 좋은 게 있구나'를 느끼게 해줘야죠"


[기자수첩]코스닥 잔류 호소보다 중요한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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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대장주 알테오젠의 코스피 이전상장 계획에 최근 코스닥협회와 벤처업계가 재고해달라는 호소에 나서자 벤처캐피털(VC) 업계 관계자가 던진 말이다. 호소문에는 알테오젠 같은 우량기업이 코스닥 시장에 남아 성장을 이끌어야 자본 유입과 혁신·벤처기업 성장의 선순환이 만들어진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하지만 이에 갸우뚱하며 던진 VC업계 관계자의 한마디가 협회 주장보다 설득력이 있다.

그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건 외국인·기관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는 코스피 시장과 달리 개인 비중이 높은 코스닥 시장은 주가 변동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일명 '테마주' 중심으로 매수가 쏠리는 현상도 빈번하다. 코스닥 디스카운트가 아닌 코스피 프리미엄을 누리기 위해 시장을 갈아타는 건 당연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 "회사 실적은 늘 괜찮은데 최근 관심이 집중되는 산업의 테마주가 아니라 주가는 바닥이다"는 한 코스닥 상장사 임원의 농담 섞인 하소연에 마냥 웃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미 네이버, 카카오, 셀트리온 등 굵직한 기업들은 코스피 시장으로 거처를 옮긴 바 있다. 안정적으로 자금을 공급받고자 하는 기업의 합리적인 결정을 돌리기엔 '코스닥 살리기' 대의명분만으로는 마음을 돌리지 못한다는 방증이다. 최근 한국거래소가 우량 비상장기업 대표들을 만나 코스닥 상장을 강조했지만, 확답이 돌아오지 않은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읽힌다. 업계의 호소보다는 남아있어야만 하는 실익이 뚜렷해야 한다.

정부도 체질 개선을 위해 좋은 기업은 코스닥 시장에 유입하고 부실기업은 신속 퇴출하는 다산다사(多産多死) 정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기업 공급 관리와 더불어 이들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연기금 등 장기 투자도 따라와야 한다. 코스닥에는 개인 투자 비중이 70%를 넘지만, 미국은 기관 투자 비중만 50~60%에 달한다. VC 업계도 이 같은 문제의식으로 국민성장펀드 자금을 일부 활용한 코스닥 활성화 펀드를 강조한 바 있다. 실제 국민성장펀드에는 1500억원 규모 코스닥 리그가 만들어졌지만, VC 업계가 원하는 30조원 규모 코스닥 활성화 펀드를 완성하기엔 약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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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는 반도체 기업들을 등에 업고 8000을 향해가고 있다.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체질 변화를 통한 '코스피 뉴노멀'을 예측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면 코스닥은 목표한 3000에 한참 못 미치는 중이다. 우량 기업들과 함께 꾸준한 장기 투자 자본 유입이 동반되는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이를 기반으로 좋은 기업이 장기 투자를 유인하고 그것이 또 우량 기업을 유입하는 자연스러운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 남아달라는 호소보다 남고 싶은 시장을 만드는 게 우선이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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