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근금지로는 부족해"…독일, 가정폭력범에도 전자발찌 채운다
독일 가정폭력 피해자 4년 새 17.8% 증가
스페인·프랑스 등 전자발찌 도입 이어져
"경찰 신속 개입·피해자 일상 회복 도움"
독일이 가정폭력 사범에게도 위치추적 전자발찌를 채우기로 했다.
연합뉴스는 8일(현지시간) 독일 ZDF 방송을 인용해 "독일 연방의회는 법원이 가정폭력 사범에게 전자발찌 착용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폭력 방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전자발찌를 찬 가해자가 접근금지 명령을 어기면 당국뿐 아니라 피해자에게도 별도 수신장치를 통해 경보가 전달된다. 법원은 6개월간 전자발찌 착용을 명령하고 3개월씩 연장할 수 있다.
전자발찌 적용 대상을 살인·성폭행·테러 범죄에서 가정폭력으로 확대한 것은 피해 건수가 갈수록 늘고 있는 데다 접근금지만으로는 예방 효과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24년 경찰에 신고된 가정폭력 피해자는 26만 6000명으로 4년 전과 비교해 17.8%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1월 독일에서는 도메니크 S라는 이름의 남성이 옛 연인에게 50m 이내 접근금지 명령을 받은 상태에서 도끼 등으로 공격해 살해하는 일이 벌어졌다. 접근금지 명령만으로는 피해를 막기 어렵다는 점이 재차 드러난 사건이었다.
유럽에서 이 제도를 가장 먼저 도입한 것은 스페인이다. 지난 2009년부터 가정폭력범에 전자발찌를 채우고 있으며, 제도 도입 이후 가해자 전자발찌가 활성화된 상태에서 가정폭력으로 숨진 경우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프랑스는 지난 2021년 관련 제도를 도입해 가해자 발찌와 피해자 수신장치를 연동하는 방식을 시행 중이다. 스위스도 같은 해 가정폭력 가해자 위성항법장치(GPS) 모니터링을 법제화했다. 벨기에는 2024년부터 피해자에게 경보를 전달하는 신형 전자발찌를 도입했다.
독일 튀빙겐대학교 범죄학연구소 소속 범죄학자 플로리안 레브만은 "이번 조치를 통해 경찰이 사건 진행 도중 신속하게 개입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스페인과 미국에서 보호 대상자들이 이 조치를 어떻게 느끼는지 조사했는데, 일상 속 부담이 크게 줄었다는 응답이 많았다"면서 "두려움 없이 외부 활동을 하는 등 일상을 회복하는 데 분명히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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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전자적 위치 추적이 기본권 침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전례가 있어 고위험 사례에만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레브만은 "가정폭력 가해자가 너무 많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모두에게 전자발찌를 채우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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