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법, "법적 근거 불명확·건축주 손해 우려" 집행정지 인용
결정문 파악 못한 시청… 텃세 묵인한 '깜깜이 행정' 도마 위

모래언덕(해안사구)을 보존해야 한다는 마을회의 민원에 밀려 제주시가 내렸던 공사 중지 명령이,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으로 효력을 잃으면서 다시 공사 재개 길이 열린 제주시 이호동 건축 현장 모습.  박창원 기자

모래언덕(해안사구)을 보존해야 한다는 마을회의 민원에 밀려 제주시가 내렸던 공사 중지 명령이,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으로 효력을 잃으면서 다시 공사 재개 길이 열린 제주시 이호동 건축 현장 모습. 박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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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이호동 해안사구 인근 건축 공사와 관련해 마을회의 반발과 민원을 이유로 제주시가 내린 '공사 중지 처분'에 대해 법원이 "법적 근거가 불명확하고 건축주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우려된다"며 집행정지(효력 정지) 결정을 내리면서, 합법적인 사유재산권 보호보다 무분별한 '뗏법'을 우선시한 행정 당국의 무책임한 탁상행정이 사법부의 철퇴를 맞게 됐다.


16일 본지가 단독 입수한 제주지방법원 제1행정부의 '집행정지 결정문(2026아525)'에 따르면, 재판부는 건축주 박 모 씨가 제주시장을 상대로 낸 공사 중지 처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이에 따라 제주시가 지난 1월 12일 마을회의 '해안사구 보전 및 허가 취소' 요구를 수용해 건축주에게 내렸던 공사 중지 명령은 본안 소송(2026구합547) 판결 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효력을 잃게 됐으며, 건축주는 즉각 적법한 공사 재개가 가능해졌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행정 당국이 적법한 인허가를 내주고도, 마을 주민들의 집단행동과 억지 민원에 밀려 스스로 법의 원칙을 저버렸다는 점에 있다.

당초 제주시는 도로 점용 및 유지·관리 허가를 내주면서 '민원 발생 시 공사 일시 정지'라는 특기사항(부관)을 달아두었다. 이를 빌미로 마을회 측이 공사를 가로막자 제주시는 두 차례에 걸쳐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사법부의 판단은 단호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을 통해 "제주시의 공사 중지 요청은 부관에 의한 것으로 보이나, 그 법적 근거가 불명확하다"고 일축했다. 단순히 인근 마을에서 반대 민원을 제기한다는 사실만으로는 적법한 절차를 거친 민간 사업자의 공사를 강제로 중단시킬 법적 권한이 행정청에 없음을 사법부가 분명히 한 것이다.


나아가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공사 중지)으로 인해 신청인(건축주)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그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집행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부당한 텃세와 행정의 방관 속에서 피해를 보고 있던 합법적 시민의 권리를 법원이 직접 구제한 셈이다.


이번 법원의 결정으로, 환경 보전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공사를 막아섰던 이호1동 서마을회의 억지 주장 역시 설 자리를 잃게 됐다.


이런 가운데 행정 소송의 당사자인 제주시청 측은 사법부의 긴급한 결정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본지 취재 결과, 제주시청 인허가 담당 부서는 판결이 나온 지 하루가 지나도록 관련 내용을 인지하지 못했다. 제주시 측은 본지의 공식 입장 표명 요구에 "아직 판결 내용을 알지 못하며, 결정문을 입수해 검토한 뒤 입장을 밝히겠다"며 해명을 미뤘다.


명백한 물증과 법원의 판결 앞에서도 "마을과 협의하라"며 사실상 텃세에 판을 깔아주었던 제주시의 무책임한 행정은 이번 사법부의 결정으로 인해 '직무유기'와 '행정 참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향후 건축주의 공사 재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추가적인 방해 행위에 대해, 제주시는 법원의 결정을 근거로 한 강력한 공권력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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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무분별한 뗏법에 편승해 시민의 합법적 권리를 짓밟은 행정 당국에 대해 제주도 감사위원회의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 규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호남취재본부 박창원 기자 capta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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