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제폭력 법제화' 추진 의지 밝혔지만
법무부 소관 법안, 국회서 1년 넘게 방치
2024년 교제폭력 신고, 전년비 15%↑

#. 최근 부산에서는 전 여자친구를 16시간 동안 감금하고 폭행한 18세 청소년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피해자는 눈 부위 뼈가 부러지는 등 전치 10주의 진단을 받았다.

강원도에서는 교도소에서 출소한 지 이틀 만에 과거 교제폭력 사건 피해자인 전 연인을 성폭행한 50대 남성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엄벌을 탄원한 점을 고려해 이 남성에게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정부 국정 과제인데…여성의 날에도 잠자고 있는 '교제폭력 대응법'
AD
원본보기 아이콘

하루가 멀다 하고 교제폭력 피해 사례가 나오고 있지만 관련 법안은 수년째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3.8 세계 여성의 날'을 앞둔 가운데 국민의 생명과 안전과 관련된 안전망이 뒷전인 실정이다. 교제폭력 법제화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6일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교제폭력을 예방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려면 성평등가족부와 법무부 소관 적어도 두 개의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이중 성평등부 소관 법안은 스토킹 피해자와 교제폭력 피해자를 동등하게 보호 대상으로 삼는 내용으로 '스토킹방지 및 피해자 보호법(이하 스토킹방지법)' 개정을 통해 지난해 9월 성평등가족위원회에서 논의를 마친 상태다.

하지만 법무부 소관 법안은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법제사법위원회에는 교제폭력에 대한 정의부터 접근금지 등 피해자 보호를 위한 조치 등을 담은 법안들이 2024년부터 발의됐지만 본격적으로 논의된 적은 없다. 1년 4개월 전에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28인이 발의한 스토킹범죄 처벌법 개정안 등은 단 한 번도 법안소위에서 다뤄지지 않았다. 교제폭력을 가정폭력 범주에 넣어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 등 23인이 발의한 가정폭력처벌법 개정안도 1년 8개월 동안 진척이 없다.

정부 국정 과제인데…여성의 날에도 잠자고 있는 '교제폭력 대응법' 원본보기 아이콘

교제폭력 법제화는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123대 국정 과제 중 하나로, 성평등부와 법무부가 추진해야 할 여성 안전 분야 정책 1순위로 꼽힌다. 정회진 성평등부 친밀관계폭력방지과장은 "스토킹방지법 개정안이 효력을 가지려면 스토킹처벌법 개정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교제폭력 대응을 위한 다양한 법안이 국회에 15개 정도 계류돼있다"며 "조속한 입법 추진을 위해 법무부에 협조를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교제폭력은 살인·폭행 등 강력범죄로 이어질 수 있고, 피해자가 특정돼있어 지속적이고 상습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현재로선 교제폭력은 법적 미비로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개입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돼있지 않다. 스토킹 행위가 아니거나 법적인 혼인관계가 아니라는 등의 이유로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는 등의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그동안 경찰은 가정폭력처벌법이나 스토킹처벌법을 적용해 교제폭력 사건을 대응해왔다"며 "범죄 행위에 대한 입증보다는 외려 어느 법에 적용시켜야 할지 판단하는 데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현장의 고충이 있다"고 말했다.

AD

교제폭력 신고 건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교제폭력에 대한 신고건수는 2022년 7만790건, 2023년 7만7150건, 2024년 8만8394건을 기록하며 꾸준히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2024년 교제폭력 검거건수(1만4900건)를 범죄유형별로 살펴보면 폭행·상해가 67%(9998건)로 가장 많았고 감금·협박 등이 10%(1440건), 성폭력이 3.6%(536건)를 차지했다. 한국여성의전화에 따르면 2023년도 한 해 동안 배우자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된 여성은 138명, 살인미수 행위에서 살아남은 여성은 311명에 달한다. 최소 19시간마다 1명의 여성이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되거나 살해당할 위험에 처해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