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저장대 연구팀 연구결과 네이처 개제
로봇수술 봉합시 일정장력 구현하는 기술
"경험 적은 의사도 힘조절 정확도 121%↑"

중국 연구진이 로봇 수술에서 봉합 시 필요한 장력을 자동으로 조절하도록 돕는 새로운 매듭을 개발했다. 복잡한 센서 없이도 숙련된 외과 의사 수준의 정밀한 봉합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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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저장대 융합 연구팀의 복잡한 센서 없이도 일정한 장력을 구현하는 '스마트 매듭' 기술과 관련한 연구가 담긴 논문이 지난달 27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수술 과정에서 봉합과 매듭짓기 단계는 힘 조절이 관건이다. 너무 팽팽하게 봉합하면 혈류를 방해할 수 있고, 느슨하면 상처가 벌어질 위험이 있어서다. 이같은 이유로 중국의 최첨단 의학·로봇 분야에서는 로봇 팔을 통해 힘을 정밀하게 제어하고 전달하는 방안을 연구해왔다. 특히 의사가 손 감각을 활용하기 어려운 복강경·로봇 수술에서는 숙련된 의사의 감각을 기계적으로 구현하는 것이 오랜 과제로 꼽혀 왔다.


연구 책임자인 차이 슈준 저장대 교수는 대학 보도자료를 통해 "개복 수술에서는 의사가 조직의 부드러움을 직접 느끼며 봉합의 긴장도를 조절할 수 있다"며 "하지만 복강경이나 로봇 수술에서는 의사가 화면을 통해 기계의 팔을 작동하기 때문에 촉각적인 피드백이 사라져 '힘의 맹점' 상태에 빠진다"고 설명했다.

중국 저장대 융합 연구팀이 발표한 슬립퓨처 봉합 기술. 네이처

중국 저장대 융합 연구팀이 발표한 슬립퓨처 봉합 기술. 네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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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아이디어는 여러 전공 연구진이 함께 논의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공학기계학과 전공 연구자이자 논문의 공동 교신저자인 양쉬쉬는 '줄 양 끝의 장력은 항상 같다'는 기계적 원리를 활용해 "옆에 '미끄럼 매듭'(slip knot)을 먼저 만들어두면 어떨까"라는 발상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수술용 매듭 앞에 별도의 미끄럼 매듭을 하나 더 만들어 두면, 실을 잡아당기는 힘이 일정 수준에 이르렀을 때 이 매듭이 자동으로 풀리며 힘을 정확히 맞춰준다"고 설명했다. 이는 정해진 힘 이상으로 조여지지 않도록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논문에 따르면 연구팀은 매듭 중첩 방식과 재료 특성을 조절해 목표 장력의 95%에 이르는 정확도로 꾸준한 힘을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이 미끄럼 매듭은 최대 32일 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됐고, 당기는 속도가 달라져도 '기계적 퓨즈'처럼 설정된 힘만을 전달했다.


실험에서는 '슬리퓨처'(sliputure)로 명명된 이 봉합 시스템이 약 1.3N(뉴턴), 즉 신발 끈을 맬 때의 힘과 유사한 장력을 정확히 유지했다. 같은 조건에서 일반 로봇 봉합은 2~3뉴턴으로 과도한 힘을 가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실험용 생쥐의 장기를 봉합해 회복 속도를 비교하는 실험에서는 슬리퓨처를 사용한 봉합 부위가 수술 뒤 5일째 건강한 수준으로 회복돼 기존 방식보다 회복 속도가 2일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돼지 장기 복강경 봉합 수술 실험에서도 슬리퓨처 적용 시 조직이 눌리거나 변형되는 현상이 줄었고, 매듭은 고르게 유지됐다.


논문은 "이 메커니즘을 적용하면 경험이 적은 외과 의사도 매듭 힘 조절 정확도가 121% 향상돼 숙련된 외과 의사에 버금가는 봉합이 가능해진다"며 "훈련 도구뿐 아니라 자원이 제한된 의료 환경에서도 기존 봉합재를 대체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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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장대는 성명을 통해 이번 연구가 전자 센서에 의존하지 않는 '기계적 지능'(mechanical intelligence)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정전이나 네트워크 장애 상황에서도 즉각적으로 작동할 수 있어 심부 수술뿐 아니라 심해·우주·지하 등 극한 환경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연구진의 전망이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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