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조정 이후 ‘무고·위증사범’ 급감 뒤 증가세
경찰 수사로 ‘실효적 대응’ 어려워… 실체적 진실 발견 저해 우려

#1. 부산에서 간호조무사가 신생아를 학대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검찰은 재판 중에 CCTV 영상의 간호기록부에 기재된 내용과 수사기관에 제출된 간호기록부의 내용이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병원 관계자들이 간호기록부를 위조하고 피 묻은 배냇저고리를 인멸하는 등의 방법으로 범행을 조직적으로 은폐했으며 상급자들이 주요 증인들에 대해 위증을 교사한 것을 확인, 집단으로 위증을 한 사실을 인지해 2명을 기소하고 10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2. 서울의 한 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인부가 추락해 중상을 입은 사건이 발생했다. 현장소장으로 기소된 피고인은 재판에서 자신이 현장소장이 아니라고 주장해 무죄를 받아냈다. 그런데 검찰은 공판에서 드러난 내용을 바탕으로 허위진술 대가로 지급한 내역을 밝혀내 실제 현장소장 직무를 수행한 사람을 인지해 기소했다.

 ‘무고·위증’ 적발 증가… 보완수사권 폐지 땐 대응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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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고와 위증 등 이른바 '사법질서저해 사범'이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급감했다가, 다시 증가세를 보이는 가운데 내년 검찰청이 폐지된 뒤 새로 출범할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이 부여되지 않을 경우 사법질서저해 범죄가 극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무고, 위증과 같은 사법질서저해 범죄는 수사 후 최종 처분 단계 또는 공판 단계에서 밝혀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1일 아시아경제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무고로 적발된 사람은 2019년 886명, 2020년 707명, 2021년 201명, 2022년 129명, 2023년 276명, 2024년 290명으로 나타났다. 법정에서 위증한 사범도 2019년 589명, 2020년 372명, 2021년 372명, 2022명 495명, 2023년 622명, 2024년 623명으로 확인됐다.

수사권 조정이 시행된 2021년부터 무고·위증 등 사법질서저해 범죄에 대한 검사의 직접수사권이 폐지돼 적발 건수가 급감했다가 2022년 9월 수사개시규정 개정을 통해 무고·위증 범죄가 수사개시 대상으로 추가된 이후 적발 건수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현재 검찰에서는 경찰이 사건을 송치하거나 혐의없음 처분하는 등 원사건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는 단계 또는 불송치 기록 반환 시에 밝혀진 사실관계 등을 통해 주로 무고 범죄를 인지하는데, 경찰 수사로는 이에 대한 실효적 대응이 어렵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송치 사건의 경우 무고를 인지하는 것은 경찰의 송치의견(혐의 있음)을 뒤집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경찰이 검찰의 사건 처분 결과를 통지받더라도 검찰에서 기록 대출을 받아 가면서까지 불기소 이유를 면밀히 파악한 후 자발적으로 무고 수사를 개시하겠느냐는 것이다.


무고를 인지하기 위한 보완수사요구를 할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무고 인지는 보완수사요구 사유인 형사소송법에 명시된 '송치사건의 공소제기 여부 결정 또는 공소의 유지에 필요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불송치 사건의 경우 경찰은 불송치 송부 시점에는 향후 검사의 재수사요청 등에 의해 결론이 달라질 가능성을 고려해 무고 인지를 하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또 검사의 불송치 기록 반환 이후에는 적체된 기존 사건을 우선 수사하느라 무고 인지 사건을 수사할 여력이 없어 무고 인지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범행 장소가 법정인 위증 범죄의 경우 원칙적으로 공판절차에 직접 관여하지 못하는 경찰이 소송 기록과 재판 경과, 증언의 내용과 맥락·정황 등을 파악해 위증 수사를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무고·위증 범죄에 대해 검사의 직접수사가 불가능해지면 관련 범죄가 만연해지고 사법질서저해 범죄의 수사 총량이 감소해 실체적 진실 발견이 저해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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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검사 출신 한 검사는 "보완수사권이 사라지면 무고 범죄에 대한 수사권이 특별사법경찰관에 대한 허위신고는 범죄의 적발, 규명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며 "사법질서저해 사범의 효과적인 적발은 검찰 수사·공판 단계에서만 가능하다"고 했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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