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MO서도 K-바이오 존재감… ADC·후성유전 등 경쟁력 부상
글로벌 3대 암학회서
한미약품·리가켐 등 기술력 선봬
세계 3대 암 학회인 유럽종양학회(ESMO)의 화두는 생존기간(OS) 개선과 재발 억제 효과 등 '실제 치료 성과'에 집중됐다. 국내 기업들도 표적항암제·ADC(항체-약물 접합체)·면역치료제 등 주요 파이프라인을 선보이며 글로벌 임상무대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EZH1·2를 동시에 억제하는 차세대 표적항암제(HM97662)의 글로벌 임상 1상 결과를 공개했다. '유전자 조절 스위치'로 불리는 EZH1·EZH2 단백질은 암세포의 성장과 분화를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초기에 투여한 환자군에서 부분 관해(PR·질병의 증상이 눈에 띄게 줄거나 사라진 상태)와 장기 안정(SD)이 확인되며 내성·재발 환자를 겨냥한 '후성유전 표적' 치료제 가능성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후성유전 표적은 유전자 자체(DNA) 돌연변이가 아니라, 유전자가 켜지고 꺼지는 '스위치(발현 조절 장치)'를 겨냥하는 것을 말한다. 글로벌 빅파마가 최근 이 영역에 잇따라 투자하고 있는 만큼 기술이전 기대감도 다시 커지고 있다.
ESMO에서 ADC 관련 연구가 418건(21%) 발표되며 전체 발표 주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ADC 분야에서는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가 존재감을 드러냈다. 파트너사 익수다가 발표한 HER2(간 표피 성장인자 수용체 2형)-ADC 'LCB14(글로벌 코드명 IKS014)' 1상 중간결과에서 항종양 활성이 관찰됐고, 특히 90㎎/㎡ 이상 투여받은 유방암 환자군에서 객관적반응률(ORR) 64%를 기록했다. 객관적 반응률은 암이 눈에 띄게 줄어든 환자의 비율을 의미한다. 기존 ADC 항암제 '엔허투' 치료 이력이 있는 환자에서도 재반응 사례가 확인돼 '차세대 ADC' 도전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리가켐은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중국 2상 결과와 넥틴(천식 등에 관여하는 세포 접합 단백질) 기반 신규 ADC 후보도 연달아 선보이며 파이프라인 확장력을 강조했다.
에스티큐브와 지아이이노베이션도 면역항암 영역에서 각각 한 축을 담당했다. 에스티큐브는 기존 면역항암제와 작용점이 다른 'BTN1A1' 타깃 치료전략을 제시했고, 지아이이노베이션은 키트루다 병용 초기 데이터를 공개하며 종양미세환경(TME)을 개선하는 기전을 소개했다. 코오롱생명과학도 단회 투여만으로 종양 부피를 줄인 차세대 유전자 치료제 결과를 발표하며 플랫폼 역량을 보여줬다.
글로벌 기업들의 메시지는 '생존기간 연장'이었다. 일라이릴리의 유방암 치료제 '버제니오'는 7년 추적 장기 생존(OS) 데이터에서 사망 위험 15.8% 감소효과를 입증했고, 노바티스는 키스칼리로 더 넓은 초기 유방암 환자군까지 치료 이득을 확장했다. 이처럼 임상 기준이 PFS에서 OS로 옮겨가고 있어, 국내 기업에게도 임상 전략 고도화가 요구된다. PFS(무진행생존기간)는 암의 진행 없이 생존한 기간이고, OS(전체생존기간)는 치료 시작부터 사망까지 걸린 총 기간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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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올해 ESMO는 한국 기업이 기술력으로 경쟁 구도 안에 본격 진입했다는 점을 확인한 무대"라며 "단일 약물 효능을 넘어 '어떤 환자에게, 어떤 단계에서 쓰일 것인가'까지 설계 경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도 보다 구체적인 상업화 전략을 준비할 필요가 있어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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