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Law]‘中企 연체=불량 채권’ IMF 프레임 28년...日 사전 구조조정은 먼 얘기, 99% 기업이 흔들린다
경영난 빠진 中企, 부실채권 취급 ‘日 사전구조조정제도’ 필요
대기업 개인 있지만 中企는 없어
은행 채권단 협의 없이 NPL 분류
외환위기 이후 ‘정리해야할 불량 채권’
경영난 겪으면 곧바로 부도위기
법원 문턱 前 전문가 제3자 개입
채무 재조정 사업 재편 유도
중국산 저가공세와 치솟는 인건비로 파산하는 중소기업들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법조계를 중심으로 일본식 사전구조조정 제도 도입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대기업은 워크아웃, 개인은 신용회복위원회를 활용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채권단을 조직할 수 있는 마땅한 협의기구가 없어서다.
최후분쟁조정기관인 법원에서 회생절차를 밟을 수 있지만, 복잡한 단계와 거래 및 입찰 중지로 이 관문에 들어서면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 체력이 약한 중소기업은 파산으로 밀려나는 경우가 빈번하다. 중소기업 맞춤형의 사전구조조정 제도 도입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中企 연체=부실채권' 인식이 문제
도산법 전문가들은 최근 중소기업 파산이 많아진 이유로 경기둔화 만큼이나 사전구조조정 제도의 공백을 꼽는다. 통상 경영난에 빠진 중소기업의 은행 채권은 채권단 협의도 없이 부실채권(NPL)으로 분류돼 자산유동화(SPC) 시장으로 간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이후 엄격하게 자리 잡은 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BIS) 비율 관리 기조 때문이다. 채권은행들은 기업 정상화보다는 채권 회수에 더 방점을 찍는다.
한 기업회생 전문 변호사는 "외환위기 이후 28년간 경영난을 겪는 중소기업을 보는 은행들의 시각은 '정리해야 할 부실 채권'이지 결코 구조조정 대상이 아니었다"면서 "최근 정부 주도로 자율협약이 진행 중인 석유화학 기업처럼 대마불사가 아닌 경우, 채권단 주도 구조조정은 공백 그 자체"라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은 경영위기를 겪으면 곧바로 부도 위기를 겪게 된다.
파산은 늘고 있다. 27일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올 7월 전국 14개 전국회생법원의 파산선고 법인은 총 1314건으로 2021년(505건) 대비 2배 이상 폭증했다. 5월 말 기준 중소법인 연체율도 1.03%를 기록해 2017년 이후 처음으로 1%대를 웃돌았다. 일감 정체로 빚을 못 갚다가 부도가 나 공장 문을 닫는 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 6월에 대유위니아그룹 계열사 위니아전자매뉴팩처링이 파산을 선언했다. 우수 중소기업으로 촉망받던 디엘티도 작년 문을 닫았다. 우성테크와 중소 반도체 장비업체 티아이이엘(TIEL)은 급격한 실적 악화로 지난해 8월 파산신고를 했다.
일본식 先구조조정, 한국엔 없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사전구조조정 제도를 본보기 삼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일본 정부는 2000년대 초부터 재판 외 분쟁 해결절차, 중소기업활성화협의회 등 중소기업 사전구조조정 맞춤형의 다양한 제도를 마련했다. 지역에 거점을 둔 중소기업은 지역 은행과 밀착해 지역 경제 활성화 목적으로 선제적 구조조정에 공을 들여왔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 중소기업활성화협의회는 법원 문턱에 서기 전에 전문가와 제3자가 개입해 채무를 재조정하고 사업 재편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전국 47개 도도부현에 설치된 중소기업활성화협의회는 누적 상담 건수가 2023년 말까지 6만7411건을 넘어섰다. 회생계획 수립은 1만8704건, 수익성 개선 계획 수립은 2618건을 완료했다. 한국식으로 따지면 '중소기업판 신복위'와 같은 제도가 선(先)구조조정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2022년 일본의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인 마렐리홀딩스는 재판외 분쟁해결 절차를 활용해 채권자들과 합의를 시도했다. 이 절차에서 약 95%의 채권자들의 동의를 이끌어냈고, 일부 해외 금융기관의 반대는 '간이형 민사재생절차'를 통해 법원의 승인을 받았다. 이 같은 제도는 절차 전반이 비공개로 진행되고, 금융채무 외에 상거래채권은 정상적으로 변제가 가능하다. 거래의 지속성도 담보된다. 상장유지도 되고 세제상 우대 혜택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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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 출신 전대규 변호사는 "일본 제도를 그대로 가져올 수는 없겠지만, 우리나라 기업의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들의 안정성과 회복력을 위해서는, 법정관리 일변도보다는 중소기업 맞춤형의 제도 도입을 고려해볼만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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