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혐오 中 게임, 현지 남성 열광
"갈등 조장" VS "로맨스 스캠 예방"
韓 현실과 닮은꼴…해법 없을까

[시시비비]'감정 사기 방지 시뮬레이터'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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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봄, 스무살 남짓한 남성이 중국 충칭의 한 다리에서 몸을 던졌다. 그의 본명은 류제, '뚱보 고양이(팡마오)'라는 별명으로 게임 스트리머로 활동했다. 류제에겐 모바일게임 동호회에서 만난 탄이라는 여자친구가 있었다. 중국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류제의 죽음이 탄의 지속적인 경제적 괴롭힘 때문이라는 소문이 퍼졌다. "탄이 가게를 열기 위해 류제에게 거금을 요구했다." "두 남녀 사이에 오간 돈을 기록한 장부가 그 증거다."


탄은 개인정보가 낱낱이 파헤쳐졌고, 남성 중심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극심한 조리돌림을 당했다. 익명의 네티즌에게 살해 위협까지 받았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탄이 류제를 착취했다는 증거는 없었다. 사건은 무혐의 처리됐다. 알고 보니 탄을 해코지한 건 류제의 여동생이었다. 거래 장부 역시 조작된 것이었다. 여동생은 온라인에서의 유명세를 높이기 위해 이런 일을 벌였다.

그녀를 비난하던 사람들은 잘못을 뉘우쳤을까. '팡마오' 사건이 상징하는, 남성이 여성에 의해 경제적 피해자로 몰락하고 있다는 그릇된 인식은 개선됐을까. 지난달 게임 플랫폼 '스팀'에 출시된 중국 게임 '감정 사기 방지 시뮬레이터'를 보면 여전히 갈 길이 먼 것으로 보인다. 이 게임은 로맨스 스캠을 당했던 한 남성이 사업가로 성공해 자신을 사지로 몰아넣었던 스캠 조직을 응징한다는 내용이다. 제작자는 게임 속에 "세상에 다시는 또 다른 '팡마오'가 없기를"이라는 텍스트 메시지를 숨겨 놓았다. 게임 속에선 '라오 누'라는 광둥어 방언이 반복된다. '남성에게 돈을 갈취하기 위해 가짜 애정을 쏟는 여성'을 뜻하는 말이다.


이 게임은 현재도 중국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때 스팀 전 세계 매출 순위에서 1위를 했으며, 일 매출에서 제작비 1000억여원을 들인 대작 게임 '검은 신화 : 오공'을 앞설 정도였다. 출시 한 달째 4만2000여개의 리뷰가 달렸고, 그중 78%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남겼다. 플레이어의 대다수는 남성이었다. 게임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여성 혐오와 젠더 갈등을 조장한다는 비난과, 로맨스 스캠으로 5000만원 잃을 뻔한 걸 게임값 5000원으로 막을 수 있었다는 호평이 맹렬히 맞선다. 게임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은 댓글 중 하나는 이 게임을 "우리 세대 중국 남성들을 위한 애가(哀歌)"라고 표현한 것이다.

'감정 사기 방지 시뮬레이터'는 자국의 이성을 혐오하는 '인셀(Involuntary celibate·독신을 자처하며 성적 활동을 하는 이에게 적대적인 이들을 뜻하는 신조어)' 문화가 낳은 괴작이다. 미국 매체 뉴욕타임스는 이 게임에 대한 중국 남성들의 호응을 전하며 "사랑, 결혼, 재정적 안정에 대한 뿌리 깊은 남성들의 분노와 광범위한 사회·경제적 불안을 드러낸다"고 분석했다. 최근 몇 년 동안 높은 주택 가격, 악화되는 고용 시장, 계층 간 사다리 단절로 많은 젊은 중국 남성들이 환멸을 느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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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나라 이야기가 어째 우리와 별반 다를 게 없다고 느낀다. 젠더 갈등은 현재 중국과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 걸쳐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양극화, 불황 등 복잡한 사회 문제와 맞물려 있기에 특정한 환부를 들어낸다고 해서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그렇다고 증오형 범죄, 저출산 등 남성과 여성, 가족을 위협하는 주범이기에 간과할 수도 없다. 깊어진 갈등의 골을 메울 해법이 요원하다. 그래서였을까. 최근 '갑질 논란' 등 후보자 자질 문제로 얼룩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를 보며 "지금 이런 걸 따질 때인가, 뭣이 중헌디…"하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박충훈 콘텐츠편집2팀장 parkjov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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