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의 초범" … '거제 교제폭력 사망' 항소심 선고에 유족 허탈
"초범은 사람을 죽여도 괜찮나. 가해자는 징역 12년을 살고 나와도 30대인데 내 딸은 돌아올 수도,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다."
일명 '거제 교제폭력 사망' 사건의 가해 남성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가 1심과 같은 징역 12년을 선고하자 피해자 고 이효정 씨의 아버지가 이같이 말했다.
부산고등법원 창원재판부 제1형사부(민달기·박지연·박건희 판사)는 21일 오후 피고인 20대 A 씨의 상해치사, 스토킹(과잉접근행동), 주거침입 등의 혐의에 대한 항소심을 열고 검찰과 피고인 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며 원심을 유지했다.
피고인 A 씨는 지난해 4월 1일 전 여자친구인 20대 故 이효정 씨의 자취방에 침입해 자고 있던 이 씨의 몸에 올라타 머리와 얼굴 등을 때리고 목을 조르는 등 마구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A 씨의 폭행으로 이 씨는 외상성 경막하출혈 등 전치 6주의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받던 중 패혈증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10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A 씨는 2022년 4월께 고등학교 동창인 이 씨와 교제를 시작한 이후 여러 차례 이 씨의 뺨을 때리는 등 폭력을 일삼은 것으로 파악됐다. 사건 전 이 씨와 헤어진 후에도 14차례에 걸쳐 이 씨에게 전화를 걸었고 이 씨가 통화에 응하지 않자 주거지에 찾아가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항소심 재판부는 스토킹과 주거침입 혐의, 폭행에 따른 사망 예견 불가능성을 모두 부인한 피고인 측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형이 너무 무겁다는 주장 또한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피고인과 직접 대화하거나 피고인을 만나길 원하지 않았으나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계속 전화를 걸고 주거지까지 찾아가는 등 피해자가 불안감과 공포심을 일으키게 했다"라고 했다.
이어 "건장의 체격의 피고인이 술에 취해 자고 있던 피해자 집에 무단침입해 목을 조르고 구타하는 등 자신보다 취약한 피해자를 무차별 폭행했다"며 "피고인의 행위는 가격 부위, 횟수 등을 봤을 때 일반인이 객관적으로 사망을 예견할 수 있을 정도"라고 했다.
또 "피고인은 자신의 죄책을 온전히 인정하지 않고 유족 피해를 회복하거나 고통을 치유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았으며 진정으로 뉘우친 건지도 의문스럽다"라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폭행으로 피해자 머리 부위가 부어오르는 등 뚜렷한 외상이 나타나자 범행을 멈추고 피해자 어머니에게 연락한 점, 교제를 중단하자는 피해자에게 계획적으로 범행하거나 그를 살해하려는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초범인 점 등을 종합할 때 원심 판단은 적정하다"고 판시했다.
피해자 이 씨의 아버지는 이날도 홀로 재판에 참석했다. 이 씨의 어머니는 건강이 나빠져 지난 결심공판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딸을 잃은 아버지는 선고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솔직히 무기징역이나 살인죄에 준하는 판결 결과를 기대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딸이 사망한 지 이제 1년이 지났다. 그동안 진짜 힘없이 뛰어온 것 같다"며 "오늘 항소심 선고 결과에 대해서는 솔직히 만족스럽지 않다"라고 했다.
이어 "판사가 말했듯 가해자는 초범이다. 그럼 초범은 사람을 죽여도 괜찮은 거냐"고 반문했다.
"징역 몇 년을 살아도 살아있다는 게 중요하다. 우리 딸은 돌아올 수 없다"라며 "지금도 내 딸이 아빠라고 부르면서 들어올 것 같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회견 후 "형량이 줄어들지 않은 것을 위안으로 삼아야 하냐"라며 허탈함을 보였다.
"사람 목숨을 앗아갔는데 무기징역이 나온들 만족할 수 있겠냐"며 "그래도 합당한 죗값을 받아야 한다. 가해자는 살아있으니까 출소해서 자기 인생을 살 수 있다"라고 말했다.
"지금도 제일 속상한 건 가해자가 진정 어린 반성과 사과를 한 번도 안 했고 가해자 부모에게도 사과받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상한 마음을 드러냈다.
회견 후 잠시 만난 피해자 아버지는 재판정에서 적나라하게 나열되던 폭행 상황과 선고 결과를 마주하느라 셔츠가 땀에 푹 젖은 모습이었다.
그는 "자꾸만 딸을 따라가겠다고 하는 아내가 걱정이다. 나도 일하면서 울컥울컥하지만, 나는 가장이니까. 나까지 손을 놓을 수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딸이 살아 돌아왔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남기곤 자리를 떠났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남여성회, 경남여성단체연합, 경남여성연대, 경남여성복지상담소시설협의회 등 81개 단체는 재판부가 '솜방망이 처벌'을 했다고 규탄했다.
단체는 교제폭력에 대한 수사 매뉴얼 전면 개선,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행, 상해치사 범죄에 대한 양형 가중, 교제폭력처벌법 제정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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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1심과 동일한 12년은 엄벌이라 할 수 없다. 폭력의 수위나 반복성, 피해자 고통, 반성하지 않는 가해자 태도, 유족들의 고통을 헤아려볼 때 더 중형을 선고해야 했다"며 "가해자 범행은 일반적 상해치사가 아닌 가중 처벌돼야 할 악질적 범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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