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 대표 "관세 부과시 생산기지 이전 가능"
美자동차 포드도 반기…"韓·日·유럽에 기회"
글로벌 신평사 피치도 美관세 영향 점검

지난 6일(현지시간) 일본 도쿄의 닛산 쇼룸에 닛산 자동차 'GT-R'이 전시돼 있다. 우치다 마코토 닛산 CEO는 지난 13일 오후 개최한 닛산·혼다 간 합병 무산 관련 기자회견에서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차량은 32만대로, 높은 관세가 부과될 경우 이에 대비해야 한다"며 "만약 이런 결정이 내려진다면 해당 모델들의 생산을 다른 곳으로 이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EPA·연합 EPA연합뉴스
3월 미국의 대(對)멕시코 관세 부과 정책 시행이 임박하면서 각국 기업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멕시코에 생산 거점을 둔 자동차 업계의 타격이 두드러질 것으로 관측되면서 닛산과 포드의 최고경영자(CEO) 등 업계 고위 경영진이 이례적으로 공개석상에서 우려를 표했다.
우치다 마코토 닛산 CEO는 지난 13일 오후 개최한 닛산·혼다 간 합병 무산 관련 기자회견에서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차량은 32만대로, 높은 관세가 부과될 경우 이에 대비해야 한다"며 "만약 이런 결정이 내려진다면 해당 모델들의 생산을 다른 곳으로 이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닛산은 멕시코에서 약 67만대를 생산했으며 이 중 45만6000대 이상을 수출했다고 스페인 매체인 우노TV는 전했다. 닛산은 생산·수출 규모에 있어 제너럴모터스(GM)에 이어 멕시코 내 2위를 기록 중이다.
미국 전통적인 자동차 업체인 포드도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에 반기를 들었다. 미국 CNBC 방송에 따르면 짐 팔리 CEO는 지난 11일 뉴욕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수입되는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자동차 산업은 전례 없는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며 "한국, 일본, 유럽 자동차 업체들에 엄청난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고 말했다. 포드는 멕시코에서 매버릭 픽업트럭과 머스탱 마하-E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캐나다에서는 엔진을 생산 중이다.
3대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도 미국의 대멕시코·캐나다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신용 지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피치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는 글로벌 자동차 제조 업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미국 관세 영향 노출 정도에 대해 혼다, GM, 닛산, 스텔랜티스 등 4개 기업을 ‘높음’으로 분류했다. 현대차는 포드, 도요타, 폭스바겐과 함께 ‘중간’으로 분류됐다.
멕시코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도 고민이 크긴 마찬가지다. 삼성전자, LG전자, 기아, 현대모비스, 한국타이어 등이 멕시코 현지에 진출해있다. 가전·자동차·철강·타이어 등의 비중이 높다. KB증권은 최근 내놓은 리포트에서 미국이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 부과 유예를 연장하지 않고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10% 관세를 매길 경우 미국 내 생산량을 최대한 끌어올린다고 하더라도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은 각각 1조9000억원, 2조4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GM의 경우 관세 영향을 최대 50%까지 줄일 수 있다며 업계에서 유일하게 낙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메리 바라 GM CEO는 "추가적인 자본 투입 없이도 단기적으로 추가 비용의 30~50%를 흡수할 수 있다"며 관세 장기화 시 부품 및 차량 생산의 일부를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등 시나리오를 준비해뒀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GM의 멕시코 공장은 저가형 전기차 및 고수익을 창출하는 대형 픽업트럭 생산의 핵심 거점이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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