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對 나라 아니다"→"적대적 두 국가"
휴전선 방벽에 "민족 수치"→콘크리트 장벽건설
"한반도를 비핵지대로"→"국가핵무력 완성"

북한이 과거 통일·한반도 비핵화를 명분 삼아 우리 측을 압박한 사례가 새로 공개된 남북회담 기록 곳곳에서 확인됐다. 최근 북한이 핵 무력 고도화를 외치며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재정의하고 있지만, 당시는 입장이 달랐던 셈이다.


통일부는 13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제6차 남북회담 문서를 공개했다. 1984년 9월부터 1990년 7월까지 정치·경제·체육 등 분야 남북회담 내용이 담긴 총 2266쪽 분량의 문서다. 이번에 공개된 남북회담 문서에서는 상황에 따라 지금과는 180도 다른 북측의 입장 변화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통일·비핵화 ‘뒤집기’ …그땐맞고 지금은 틀리단 北
AD
원본보기 아이콘

대표적인 사례가 남북관계와 통일에 대한 인식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23년 말부터 남북관계를 기존의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 두 국가 관계(양국론)로 재설정하는 한편, 선대로부터 이어오던 통일 노선도 폐기했다.

하지만 회담 기록을 보면 북측은 오히려 정반대의 입장에서 통일을 명분 삼아 남측을 압박한다. 1985년 11월20일 제5차 남북경제회담에선 합의서 서명 시 쌍방의 ‘국호(國號)’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튿날 노동신문은 “북남(남북) 간 채택하는 합의서는 나라와 나라 사이가 아닌 한 나라 안에서 채택하는 만큼 국호를 써넣을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1989년 11월15일 열린 남북고위급회담 제4차 예비회담에선 회담 명칭이 문제화되자 백남준 북측 단장은 “귀측(우리 측)의 회담 명칭엔 인민의 통일이지가 잘 반영돼 있지 못하다”라고 우리 측을 압박했다.

또 북한은 지난해부터 휴전선 인근에 사실상의 ‘국경선’ 성격을 갖는 콘크리트 장벽을 건설하고 있다. 정작 북한은 1990년 1월31일 예비회담에선 우리 측의 휴전선 인근 대전차 방어용 방벽에 대해 “나라 안에 군사 분계선이 있는 것도 가슴 아픈 일인데, 인공적으로 쌓은 장벽까지 있는 것은 민족의 수치”라고 강조했다.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언급 역시 판이하다. 북측은 과거 우리 측에 배치된 미군 전술핵을 문제 삼으며 비핵화 공세를 폈다. 김일성 북한 주석은 1989년 12월31일 최고인민회의 제8기 1차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통해 “조국 강토가 미국의 핵전쟁 마당으로 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면서 “조선 반도를 하루빨리 핵무기가 없고 전쟁위험이 없는 비핵지대, 평화지대로 만들 것을 강력히 주장한다”고 말했다.

AD

그러나 이후 남북의 비핵화 노력은 달랐다. 우리 측은 1990년 한·소 수교, 1991년 미군의 한반도 전술핵 철수를 거쳐 그해 노태우 당시 대통령의 선언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했다. 반면 중·소·동유럽권의 개혁개방 파고에 흔들리던 북한은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한 이후 과거부터 진행 해 온 핵 개발에 매달렸고, 2021년엔 ‘국가 핵 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