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작업 기준 정의 및 처벌 신설
근로자 온열질환 예방조치 강화 차원
33도 이상 2시간 작업하면 휴식 필요
200억원 예산으로 中企 재정 지원
정부가 체감온도 31℃ 이상인 실내, 옥외 작업장에서 2시간 넘는 근로자 작업이 이뤄질 때 사업주가 온열 질환 관련 보건 조치를 하도록 법안을 구체화했다. 오는 6월부터 사업주는 작업 장소의 체감온도를 측정해 관리해야 하고, 작업 환경에 따라 업무 시간대를 조정하거나 적절한 휴식 시간을 부여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고용노동부는 폭염 상황에서 장시간 작업 시 발생할 수 있는 근로자 건강 장해를 예방하기 위해 사업주 보건 조치 사항을 구체화하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령안을 23일부터 3월 4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관련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됐고, 오는 6월 시행을 앞둔 만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이번 개정안에는 ▲폭염 및 폭염 작업 정의 신설 ▲온열 질환 예방 및 발생 등에 대한 조치 ▲폭염 작업 시 온열 질환 예방 조치 ▲폭염 작업 시 휴식 시간 부여 등의 내용이 담겼다. 고용부는 그간 권고사항 중심이던 '온열질환 예방가이드' 내용을 토대로 전문가 포럼 및 업종별 간담회, 노사 단체 등의 의견 수렴을 거쳐 폭염 작업 기준이 되는 체감온도와 법 위반 시 처벌 규정 등을 포함한 개정안을 마련했다.
고용부는 이같은 개정안 시행으로 근로자의 온열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사업주 노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종윤 고용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개정안 마련하면서) 의견을 많이 들은 산업군이 건설업"이라며 "옥외 작업이 있으니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이어 "물류센터와 항공조업사, 조선업 등이 신경 쓰고 있는 분야"라며 "소통, 협의 과정에서 업종 중심으로 의견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보건 조치 위반한 사업주는 '5년 이하 징역'
고용부는 이번 개정안에 폭염과 폭염 작업 정의를 신설했다. 사업주 보건 조치 의무 대상이 되는 폭염 작업은 체감온도 31℃ 이상이 되는 작업 장소에서의 장시간 작업으로 규정했다. 이때 체감온도는 기상청 '폭염 영향예보' 관심 단계에 해당하는 온도이다. 현장에서 온열 질환으로 산업재해 승인을 받은 근로자의 72.7%가 31℃ 이상에서 발생한 점을 고려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3년 평균으로 봤을 때 하루에 체감온도가 31℃ 이상인 날은 한해 총 43일이었다. 지난해의 경우 폭염이 두드러지면서 6월에서 9월까지 31℃ 이상인 날이 58.5일에 달했다. 이렇다 보니 온열 질환으로 산재 승인을 받은 근로자도 지난해 58명을 기록, 과거 폭염이 심했던 2018년(65명)처럼 비교적 피해 규모가 컸다.
앞으로 사업주는 이를 막기 위해 31℃ 이상 폭염 작업이 예상될 경우 근로자가 일하는 주된 작업 장소에 온·습도계를 비치해 체감온도를 측정하고 기록한 후 당해연도 말까지 이를 보관해야 한다. 단, 옥외 이동 작업 등 작업 환경 특성상 체감온도 측정이 곤란하면 기상법 제11조에 따라 기상청장이 발표하는 체감온도를 활용할 수 있다.
작업 중 땀을 많이 흘리게 되는 장소에는 깨끗한 음료수 등을 충분히 비치해야 한다. 폭염 작업을 하는 근로자에게 온열질환 증상과 예방 방법, 응급조치 요령 등도 알려야 한다. 만약 폭염 작업하는 근로자가 열사병 등 온열질환 발생이 의심되면 지체 없이 소방관서(119)에 신고하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
사업주는 실내 또는 옥외 장소에서 근로자가 폭염 작업을 하면 적합한 온열질환 예방 조치도 해야 한다. 폭염 작업이 실내이면 ▲냉방 또는 통풍을 위한 온·습도 조절 장치 설치 ▲작업 시간대 조정이나 이에 준하는 조치 ▲적절한 휴식 시간 부여 중 하나의 조치를 해야 한다. 단, 다른 조치를 했음에도 폭염이 계속되면 적절한 휴식 시간 마련은 필수다.
옥외 폭염 작업에서도 ▲작업 시간대 조정 또는 이에 준하는 조치 ▲적절한 휴식 시간 부여 중 어느 하나의 조치를 해야 한다. 단, 작업시간대 조정 등의 조치를 했음에도 폭염 상황이 계속되면 적절한 휴식 시간을 부여해야 한다.
근로자가 체감온도 31℃ 이상의 폭염 작업을 하면 실내와 옥외 모두 적절한 휴식 보장이 필요하다. 주된 작업 장소의 체감온도가 기상청 폭염특보에 해당하는 기준 온도인 33℃ 이상이면 매 2시간 이내로 20분 이상 휴식을 해야 한다. 단, 연속 공정 과정에서 후속 작업의 차질이나 제품 품질 저하 등 작업 성질상 휴식 부여가 곤란하면 대신 개인용 냉방·통풍 장치나 보냉 장구를 활용해 근로자의 체온 상승을 줄일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
만약 이같은 사업주가 법에 명시된 보건 조치를 위반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을 받는다. 보건 조치 위반으로 근로자가 사망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이 적용된다.
고용부는 앞으로 입법예고 중에 현장에서 제기되는 문제 제기 등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고 지방관서, 관련 공단 등을 통해 현장에 이를 독려할 계획이다. 본부 차원에서도 관련 협회나 단체 등을 만나 소통하는 데 힘을 쏟는다. 이민재 고용부 산업안전보건정책관은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노사가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건설협회 등 업종별 당사자와 대대적인 예방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문수 고용부 장관은 "이번 개정안은 근로자의 온열 질환 예방을 위한 사업주 보건조치 사항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입법예고 기간에 제시되는 의견을 토대로 보완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50인 미만 소규모 중소기업에는 (올해 200억원 예산을 활용해) 재정 지원을 강화하는 등 현장에서 개정안이 차질 없이 시행되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세종=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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