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미터, 갤럽, NBS 등 주요 여론조사서 국민의힘 앞서가
보수 과표집 현상으로 인한 왜곡 분석
여론조사 방식의 한계, 보완 필요성도 제기
현직 대통령이 구속되고 탄핵 심판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고공 행진을 하는 현상을 놓고 정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보수 성향 유권자의 여론조사 과표집을 배경으로 여기는 시선도 있지만 주요 여론조사에서 유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1일 더불어민주당 ‘여론조사 검증 및 제도개선 특별위원회’는 회의를 열어 최근 여론조사 흐름 등을 점검할 계획이다. 앞서 민주당은 전날 고위전략회의 등을 열어 특위 구성을 결의했다. 최근 여론조사 추이 등을 분석하고 왜곡·조작 여부에 대해 검증하기로 했다.
민주당에서 일종의 성적표에 해당하는 여론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일련의 여론조사 결과 때문이다. 전날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너지경제신문의뢰로 16~17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4명 대상으로 무선 97%·유선 3% 자동응답 방식으로 조사, 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46.5%를 기록한 반면 민주당은 39.0%였다. 오차범위 바깥으로 국민의힘 지지율이 앞선 것이다.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되는 한국갤럽, 전국지표조사(NBS)에서는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내이기는 하지만 국민의힘이 우위인 흐름이 나타났다. 현직 대통령이 내란혐의로 구속되어 수사가 진행 중인데 집권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례적인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다.
민주당 여론조사특위에 참여하는 황정아 의원은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보수 응답자가 과표집된 부분이 관찰된다"며 "표본 차이가 커서 현재 여론조사가 전체 의견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지적한다. 보수 응답자들의 경우 여론조사에 적극적으로 응답해 의견을 개진하기를 원하는 반면, 진보 응답자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 체포 등이 구현되면서 여론조사에 참여할 유인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여론조사 업계에서는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보수 유권자들이 침묵했다 나중에 표로 의사를 밝힌 ‘샤이보수’ 현상과 달리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샤우팅 보수’ 현상이 있다고 보고 있다. 통상 응답률보다 높은 응답률 등은 이런 적극적 여론 응답자의 목소리가 담겼다는 것이다.
다만 여론조사의 내용과 별개로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의 독주에 대한 경계심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KBS 라디오에서 "과표집됐다고만 치부할 수는 없다"며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서는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 독주에 대한 반감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선 행보에 관한 견제·반발 심리가 커진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근본적으로 여론조사 제도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통계청장을 지냈던 유경준 전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최근 나오는 여론조사를 보면 양당 지지율이 80% 이상이 나오는데 상식적으로 전체 국민을 반영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중도층의 경우 과소 표집되는 것은 해결되지 않는 것 같다. 이 부분에 대한 해법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전제한 여론조사 업계 관계자는 "미국 여론조사의 경우 이미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모델링이 들어가고 변수 등을 적용하고, 가중값 등이 부여되는 등 변화하고 있다"면서 "우리의 경우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규제를 두고 있는데 이 방향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 못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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