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美 47대 대통령 취임
"美 이익 최우선…상식의 혁명 시작"
불법이민 추방·화석연료 시추 등 행정명령 예고
"미국의 황금시대가 지금 시작된다."
4년 만에 백악관으로 화려하게 복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일성으로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시대의 개막을 선언했다. 불법이민자 추방, 화석연료 시추, 전기차 의무화 폐기, 관세 부과 등을 골자로 한 동시다발적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의 완전한 회복'과 '상식의 혁명'을 시작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취임 첫날부터 대대적인 '바이든(조 바이든 대통령) 지우기'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은 MAGA 선언을 통해 1기 때보다 더욱 강력해진 미국 우선주의의 부활을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의회 의사당 로툰다 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미국의 황금시대가 지금 시작된다"며 "난 매우 단순히 미국을 최우선에 둘 것(put America first)"이란 말로 취임사를 시작했다.
29분간 진행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사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1기 행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미국 우선주의였다. 그는 "일련의 역사적인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의 완전한 회복과 상식의 혁명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장 먼저 당선인 시절부터 수 차례 공약해 온 불법이민자 추방을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첫 번째로 남부 국경 지역에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할 것"이라며 "모든 불법 입국은 즉시 중단되고, 수백만 명의 외국인 범죄자들을 그들이 온 곳으로 돌려보내는 절차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부 국경에 군을 보내 우리나라에 대한 재앙적인 침략을 물리칠 것"이라며 "우리는 카르텔을 외국 테러조직으로 지정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불법 입국자를 구금하고 이민자들이 합법적 지위를 얻을 때까지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멕시코 잔류 정책을 재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방침도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 노동자와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무역 시스템을 즉시 점검하겠다"며 "다른 나라를 부유하게 하기 위해 미국인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대신 외국에 관세와 세금을 부과해 미국인들을 부유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 기업으로부터 관세를 거둘 '대외세입청'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파나마 운하 통제권을 되찾겠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중국에 파나마 운하를 넘겨주지 않았지만 지금 중국이 그것을 운영하고 있다"며 "되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멕시코만을 '아메리카만'으로 바꾸도록 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지우기'도 취임사 곳곳에서 확인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전 대통령이 드라이브를 건 전기차 우대 정책 등이 담긴 친환경 산업정책 '그린 뉴딜'의 종료를 선포했다. 전기차 의무화 정책 역시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대신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해 석유를 비롯한 화석연료 시추·생산을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인플레이션 위기는 에너지 과잉 소비와 치솟는 가격으로 발생했다"며 화석 연료 증산을 의미하는 구호인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을 다시 외쳤다.
파리기후변화 협정 탈퇴 방침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재임 당시 이 협정에서 탈퇴했고, 이후 바이든 대통령이 재가입했는데 이번에 또다시 재탈퇴를 선언한 것이다.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2기 행정부 관료들에게 모든 권한을 총동원하라고 지시하겠다고도 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부터 미국 정부 공식 정책상 성별은 남녀 두 개만 존재한다"며 '워크(woke·깨어있음, 진보주의자를 비꼬는 말)' 문화 척결을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펜실베이니아 유세 도중 암살 시도에서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 것을 언급하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두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취임사에서 2기 행정부의 정책 우선순위와 이를 이행할 행정명령을 설명하는 데 상당한 비중을 뒀다. 8년 전인 2017년 1월1기 취임식 연설에서 분열과 증오를 조장했던 것과는 달라졌다는 평가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은 북극 한파로 야외가 아닌 실내에서 진행됐다. 미 대통령 취임식이 실내에서 진행되는 건 1985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두 번째 취임식 이후 처음이다. 취임식이 열린 로툰다 홀에는 약 800석 정도의 자리가 마련됐다. 취임식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과 의원, 2기 행정부 각료, 각국 외교 사절 등이 참석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부부,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 팀 쿡 애플 CEO 등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거물 등도 자리했다. '극우' 지도자인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등도 외국 정상 중에는 이례적으로 참여했다.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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