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불확실성 커지며 외국인 경계심리 자극
8월~11월까지 유가증권 시장서 19.8조 순매도
삼성바이오로직스 네이버 LG에너지솔루션 등 '사자'
윤석열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여파로 국내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외국인의 투자금 유출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 같은 상황에서도 외국인이 순매수를 지속하고 있는 종목이 있어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4일과 5일 이틀 동안 유가증권 시장에서 7270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외국인이 지난 3일 하루 동안 5660억원 매수 우위를 보이면서 지난 4개월 동안 이어진 순매도 강도가 약해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왔다. 하지만 3일 야간에 벌어진 비상계엄 선포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고 외국인의 경계 심리를 자극했다. 결과적으로 외국인은 이틀 연속 매도 우위를 보이면서 국내 주식 비중을 축소하고 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3일 오후 10시30분께 비상 계엄령 선포한 후 약 6시간 만에 계엄을 해제했다"며 "당분간 국내 정치적 혼란이 지속될 가능성이 큰 만큼 원화 약세 움직임은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자산 매력도 약화로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이 불가피하다"며 "한국의 대외 신뢰도 약화도 원화의 할인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외국인의 '팔자' 흐름은 국내 지수 부진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7월까지 31조8000억원 누적 순매수를 기록한 외국인은 올해 8월부터 월간 기준 순매도로 전환했다. 8월부터 11월까지 4개월 동안 유가증권 시장에서 19조8000억원어치 매도 우위를 보였다. 8월부터 11월까지 코스피는 11.4% 하락했다.
외국인은 이 기간 삼성전자를 19조1154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외국인의 삼성전자 보유 지분율은 56.5%에서 51.4%로 5.1%포인트 낮아졌다. 기아와 삼성전자 우선주도 각각 9250억원, 5988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LG화학, SK하이닉스, 하나금융지주, 삼성SDI 등도 4000억원 이상 팔았다.
국내 주식 비중을 빠르게 축소하는 외국인도 삼성바이오로직스, 네이버, LG에너지솔루션, HD현대일렉트릭, 크래프톤, 두산에너빌리티 등은 사들이고 있다.
외국인이 4개월 동안 4570억원 누적 순매수를 기록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익이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3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액 1조1871억원, 영업이익 338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4.8%, 6.3% 늘었다. 시장기대치를 매출액은 9.3%, 영업이익은 10.9% 웃돌았다.
정유경 신영증권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공장부터 3공장까지 100% 가동하고 있는 데다 4공장 매출 기여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18만ℓ 규모의 4공장은 가동률이 높아지면서 생산원가가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이 3710억원어치 사들인 네이버는 실적과 주가 바닥 탈출 기대감이 큰 종목 가운데 하나다. 올해 3분기에 매출액 2조7200억원, 영업이익 525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1.1%, 38.2% 증가했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과 업황 모두 바닥을 확인했다"며 "보수적으로 추정한 내년 실적 눈높이도 상향 조정할 여지가 크다"고 분석했다.
외국인이 삼성SDI를 팔고 LG에너지솔루션을 사들인 점도 눈에 띈다. 고성능 배터리 기술과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4680 배터리 기술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은 10월부터 시작한 4680배터리 오창공장 양산 노하우를 바탕으로 2026년에는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서 본격적으로 양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기존 배터리의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하는 4680 배터리에서 가장 빠른 양산 및 고객 확보를 보여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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