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함은 시험의 기본
오락가락 난이도 조정이 관건
교육·입시제도는 일관성 중요
사흘 후면 수능 시험 날이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긴장하게 되는 날이 다가온다. 최초의 수능시험은 1993년에 실시되었다. 1994학년도 대학 신입생인 1975년생이나 생일이 빠른 1976년생이 첫 시험을 치렀다. 나이를 따지자면 수능도 31세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 입시제도는 지속해서 바뀌어왔지만 수능은 그 전 세대가 치렀던 학력고사보다 훨씬 더 오랜 세월 대학교 입학시험의 기본 틀로 자리 잡고 있다.
사실 필자는 학력고사 세대이다. 1981년부터 1992년까지 실시되었던 학력고사는 4지선다형 지식암기형 문제가 너무 많다는 이유로 수능시험에 그 자리를 물려주고 떠났다. 학력고사 세대의 앞세대는 예비고사와 본고사시험을 치렀다. 대입 시험의 종류로 세대를 구분할 수 있다는 것도 우리나라의 재미있는 현상일 것이다. 아무튼 11년 정도밖에 지속되지 않은 학력고사에 비해 수능시험은 불수능이니 물수능이니 말도 많지만 그래도 30년을 넘게 대입 시험제도의 초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현 정부는 사교육을 부추기는 킬러 문항을 없애고 공교육과정에 충실하여지도록 하는 공정한 수능을 표방하였다. 그런 상황에서 지난해 실시된 수능은 킬러문항은 없어졌지만 결코 쉽지 않은 수능이었다는 평가였다. 변별력을 가지기 위해 수학의 킬러문항은 없어졌지만 국어와 영어는 더 어려워졌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사실 공정한 수능이라는 말은 따지고 보면 동어반복 소지가 있다. 입시제도가 공정하게 작동되도록 하기 위해 수능시험을 치르는 것이고 EBS 수능교재와의 연계율도 계속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함은 시험의 기본이고 어느 시험이 더 공정한가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공정을 시험의 목적으로 삼아서는 수험생이나 학부모들의 지지를 받기가 쉽지 않다. 수능시험에 기대하는 바는 공정보다는 일관성이 더 큰 것 같다. 난이도를 맞추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시험의 난이도가 롤러코스터처럼 오락가락하는 것은 정말 수험생과 학부모, 교사 모두에게 엄청난 부담을 주게 된다.
특히 올해 수능 시험 응시자 수는 52만2670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1만8082명이 증가했다. 의대 정원수 확대로 인해 검정고시를 포함한 N수생 수가 18만1893명으로 2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인 것이다. 지난 6월 모의평가 접수자 수와 본 수능 접수자 차이를 비교해볼 때 반수생이 9만3195명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최상위권 학생들의 의대 쏠림현상과 급격한 증가한 의대 정원 수 확대로 인해 올해 입시의 불확실성은 정말 역대급일 것이라는 얘기가 학부모들 사이에는 쏟아지고 있다.
선진국의 지표 중의 하나가 정책의 일관성이라고 한다. 제도와 정책 집행의 불확실성은 대내외적으로 큰 비용을 초래하게 만든다. 그중에서도 교육정책이야말로 일관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대학 입시는 단순히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준비하는 것이 아니다. 전 세계 최고의 교육열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에서 학부모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현행 대학입시제도하에서 가장 자신의 아이에게 맞는 트랙이 무엇일까를 고민한다. 과도한 교육열이 문제이기도 하지만 그나마 입시제도의 틀이 일관성 있게 유지되어야 각자 그것에 맞게 준비하고 대응하게 될 것이다. 예측한 벗어나는 급격한 변화는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교육정책에 있어서만은 무엇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정치인 보다 바꾸지 않겠다는 정치인을 뽑고 싶은 것이 학부모들의 심정일 것이다.
수년간을 수능을 위해 노력해 온 우리 아이들이 평온한 마음으로 최상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이번 한 주만은 소모적인 정쟁과 싸움 없이 평안한 한 주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김경선 전 여성가족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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