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5일 증시 급락 직후 삼성전자·SK하이닉스 집중 순매수
코스닥 시장에서 이엔셀·에이비엘바이오·M83 손실 커
국내 증시에서 지난 1개월 동안 개인 투자자만 누적 순매수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5일 코스피가 9% 가까이 급락한 직후 개인은 저가 매수에 나섰다. 하지만 세계 경기 침체 우려가 이어지면서 개인은 '마이너스' 수익률에 울상짓고 있다.
10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6일부터 한 달 동안 개인은 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 시장에서 각각 2조7400억원, 1조2700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 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는 각각 2조8300억원, 2900억원어치 매도 우위를 보였다.
지난 5일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각각 -8.77%, -11.3% 하락했다. 급락한 이튿날인 지난달 6일부터 우량주를 저가에 매수할 기회라 판단한 개인의 '사자' 주문이 이어졌다.
개인은 유가증권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지난 한 달 동안 3조4700억원어치 삼성전자 주식을 매집했다. 개인 평균 매수가는 7만3800원으로 현재 주가 6만7500원 대비 9%가량 높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조1800억원, 1조5000억원 순매도를 기록하면서 삼성전자 주가 하락이 이어졌다. 올해 3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매도 행진을 이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서승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3분기에 영업이익 11조100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추정한다"며 "시장 기대치를 19% 밑돌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인은 SK하이닉스 주식도 9200억원치 사들였다. 단기간 낙폭 과대에 따른 반등을 기대했지만 SK하이닉스 주가는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지난달 5일 15만1600원까지 하락했다가 지난달 20일 20만2500원까지 회복했다. 하지만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 하락과 함께 SK하이닉스 주가도 16만원 아래로 내려왔다. 개인 평균 매수 단가는 17만3700원으로 -10% 가까운 손실률을 기록 중이다.
유가증권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시장 대비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 중인 종목이 드물다. 지난 한 달 동안 코스피는 2.5% 하락했다. 유한양행과 아모레퍼시픽 등은 현재 주가가 개인의 평균 매수가를 웃돌고 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개인의 수난은 이어지고 있다. 이엔셀과 에이비엘바이오 등을 집중적으로 사들였지만 -10%가 넘는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M83에 투자한 개인은 평가손실률 -25.6%를 기록했다. 상장 첫날 주가 변동이 컸던 영향을 받았다. 공모가 1만6000원으로 상장한 M83은 상장 당일 5만4800원까지 올랐다가 2만23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개인 평균 순매수 가격이 3만910원인 것을 고려하면 상장 첫날 매수했다가 손절하지 못한 개인이 다수인 것으로 보인다. 상장 첫날과 지난 2일 등 M83 주가가 3만원 이상에서 거래된 날은 많지 않다.
오스코텍, 대주전자재료, 에코프로비엠 등도 '개미의 무덤'이라 불리고 있다. 매수했다가 손해를 기록 중인 개인이 적지 않다. 개인의 저가 매수가 성공하려면 본격적인 반등 추세가 이어져야 하는데 증시 전문가들은 당분간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했다.
이영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8월 초에 이어 9월 첫 주에도 주가 하락이 가파르다"며 "8월 초 미국 경기 침체 우려와 함께 폭락했던 시장이 다 회복되기 전에 다시 유사한 이유로 조정을 반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승진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글로벌 증시 조정과 미국 침체 우려가 본격화된 지난 7월 중순 이후 국내 증시 거래대금과 외국인 수급은 감소하고 있다"며 "세계 경기 불확실성에 더해 얕은 수급까지 가세하면서 국내 증시 변동성은 더욱 확대되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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