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환불 상담 7000여건 접수
현행법상 7일 이내 청약 철회 가능
#회사원 박모씨(32)는 최근 숙박 예약 플랫폼에서 태국 방콕 소재의 5성급 리조트를 예약했다. 이튿날 출국 날짜를 착각했다는 사실을 안 박씨는 플랫폼 측에 환불을 요청했다. 그러나 숙박 예정일이 2개월가량 남았는데도 환불을 해줄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결국 박씨는 3박 4일 숙박비 120만원을 날릴 처지에 놓였다.
휴가철을 맞아 소비자들이 해외 숙박 예약 플랫폼에서 환불 문제를 겪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현행 전자상거래법에는 재화 구매 계약 체결로부터 7일 이내 청약 철회가 가능하다는 내용이 있지만 플랫폼들은 자체 약관을 근거로 환불을 거부하는 실정이다.
5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국제거래 소비자 상담은 총 1만9418건으로, 전년(1만6608건) 대비 17% 증가했다.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상담 품목은 항공권(5254건)으로 전체의 28%를 기록했다. 숙박 관련 상담 건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12%(4665건)를 기록하며 의류 품목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상담 사유와 관련해서는 취소와 환급 지연 및 거부 유형이 38.7%(7521건)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배송과 위약금 및 수수료 부당청구 사유는 각각 14%(2647건), 12%(2271건)를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
특히 일부 소비자 중에는 예약한 지 몇 시간 만에 취소했는데도 돈을 받지 못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원생 최모씨(27)는 최근 한 해외 숙박 예약 플랫폼에서 베트남 다낭 소재의 리조트를 예약한 뒤 3시간 만에 고객센터에 환불을 요청했다. 그러나 고객센터는 환불이 불가하다는 내용을 고지했다. 대금을 환불받지 않는 조건으로 저렴한 특가상품을 통해 숙소를 예약했다는 이유에서다.
해외 플랫폼의 이 같은 조치가 위법 행위인지에 관해서는 판단이 엇갈린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현행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숙박시설 이용 계약을 체결한 소비자는 7일 이내 청약 철회를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환불 불가 조항은 고객에게 과중한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하는 약관이라며 플랫폼 측에 시정 권고와 시정 명령을 내린 바 있다.
반면 대법원은 불공정 약관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9월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숙박 예약 플랫폼인 부킹닷컴과 아고다 등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특가상품을 고른 것은 소비자의 선택이기에 환불 불가 약관은 소비자에 대한 과도한 부담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피해 사례가 지속되면서 소비자단체는 소비자들을 상대로 숙박 예약 시 면밀히 예약 조건을 확인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해외 숙박 플랫폼 업체들은 대부분 해외 사업자들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면 해결이 어렵다"며 "특히 환급 불가 상품을 예약한 경우 일정 변경 등이 생겨도 예약 내용을 바꾸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플랫폼 측이 제시하는 거래 조건이 숙박업소가 제시하는 거래조건에 우선하기에, 플랫폼의 환급·보상 기준을 정확히 확인한 후 예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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