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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 지급' 판단 엄격해진 법원… "15년 연체 양육비 지급"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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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만에 양육비 증액 결정도

일러스트=김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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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양육하지 않는 이혼 배우자의 양육비 지급의무 이행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엄격해지고 있다.


15년이나 연체된 양육비에 대해 지급 이행명령을 내리거나, 교육비 및 물가 상승 등을 고려해 이미 결정된 양육비를 증액하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19일 대한법률구조공단(이사장 이종엽)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정연희 판사(현 서울중앙지법 판사)는 A씨가 전 남편을 상대로 제기한 양육비 이행명령신청 사건에서 "피신청인은 신청인에게 2008년 10월 7일자 조정조서에 따른 양육비지급의무의 이행으로서 2023년 8월 31일까지 미지급 양육비 중 2880만원을 분할해 2024년 2월부터 36개월간 매월 말일에 80만원씩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A씨는 2008년 남편과 이혼소송을 진행하던 중 2008년 9월 19일 남편과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가 이혼합의서를 작성했다. '딸은 A씨가 양육하며 A씨를 친권자로 정하고 양육비는 청구하지 않는다. 대신, 남편은 A씨의 동의 없이 자녀를 볼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2주 뒤에는 관할 가정법원 조정기일에 출석해 이혼합의서와 정반대의 조정조서를 작성했다. 내용은 '(자녀가 성년이 되는) 2028년까지 매월 40만원을 양육비로 지급한다. 남편은 사전협의를 거쳐 자녀를 자유롭게 면접한다'는 것이었다.

현실은 조정조서가 아닌 이혼합의서 내용대로 흘러갔다. 전 남편은 양육비를 보내지 않았고, 아이를 면접하지도 않았다. A씨는 전 남편의 재산과 소득 현황을 잘 알기 때문에 지레 포기한 심정이었다.


15년이 흐른 2023년 자녀 교육비와 생활비로 어려움을 겪던 A씨는 전 남편의 주민등록초본을 떼어 보고는 깜짝 놀랐다. 전 남편이 서울의 한 고가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던 것.


A씨는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양육비 이행명령을 신청했다. 전 남편은 "이혼합의서를 통해 양육비를 청구하지 않기로 합의했고, 실제로도 15년간 지급하지 않았다"며 황당해했다.


서울 양재동 서울가정법원. 사진 제공=서울가정법원

서울 양재동 서울가정법원. 사진 제공=서울가정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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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법원은 이혼합의서보다는 이후 작성된 조정조서의 법적 효력을 중시해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정 판사는 "이혼합의서는 조정 성립 이전에 작성된 것으로서, 이후 신청인과 피신청인 사이에 양육비를 지급하는 내용으로 조정이 성립된 이상 피신청인이 이혼합의서에 기해 양육비지급의무를 면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정 판사는 지난 15년간 A씨가 한번도 양육비지급을 독촉하지 않은 점, 미지급 기간이 장기간이어서 일시에 해소하기에는 부담이 되는 점 등을 고려해 최근 6년치에 해당하는 양육비 2880만원(월 40만원 x 72개월)을 지급하도록 결정했다.


한편 교육비와 물가상승 등을 감안해 양육비를 증액한 사례도 있다. 광주가정법원 제3가사부(재판장 심재광)는 B씨의 전 남편이 제기한 양육비 청구소송 항고심에서 항고를 기각, 양육비를 매월 30만원에서 70만원으로 늘리도록 한 원심 결정을 유지했다.


B씨는 2008년 전 남편과 협의이혼하면서 매월 30만원의 양육비를 받기로 합의했다. 15년이 흐른 지난해 B씨는 전 남편이 대기업에 근무하면서 형편이 나아진 사실을 알게 됐다. B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으로 미지급된 양육비 일부를 지급하고, 매월 지급되는 양육비를 90만원으로 증액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B씨는 고교생이 된 자녀 교육비로 영어·수학 학원비, 악기 강습비 등 매월 44만원이 지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15년간 물가가 상승하고, 화폐 가치가 크게 떨어진 점을 들었다.


1심을 맡은 광주가정법원 황민웅 판사(현 광주고등법원 판사)는 B씨와 전 남편의 경제사정, 자녀가 성장하면서 양육비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감안해 월 양육비를 70만원으로 조정했다.


황 판사는 "사건본인의 나이, 양육 상황, 청구인과 상대방의 나이 및 경제사정, 사건본인이 성장함에 따라 사건본인의 양육에 필요한 비용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협의이혼 당시 정해진 양육비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사건본인의 복리를 저해하는 결과가 초래될 것으로 보여 부당하기 때문에 이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전 남편은 불복해 항고했지만 기각됐다.


이들의 소송을 각각 대리한 공단 측 구태환 변호사와 나영현 법무관은 "양육비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법원의 엄격한 판단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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