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 속에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를 맞이한 미국 백화점 체인 메이시스가 대규모 점포 정리에 나선다. 향후 3년간 전체 백화점 매장의 30%에 해당하는 150곳을 폐쇄하고, 대신 고가의 럭셔리 상품군에 집중한 소규모 매장을 열 예정이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토니 스프링 신임 CEO는 27일(현지시간) 매출 하위 기준으로 전체 메이시스 매장의 30%에 해당하는 150곳을 폐쇄하는 내용의 개편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말까지 50곳을 닫고, 나머지 매장은 2026년까지 정리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2026년에는 미 전역에는 350개 수준의 매장만 남게 된다.
스프링 CEO는 이번 개편을 '대담한 새 장(A Bold New Chapter)"으로 정의하면서 "우리는 가장 많은 매장 수가 아닌, 최고의 매장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사업 축소가 아닌, 사업 포트폴리오의 재구성"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폐쇄 예정 매장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샌프란시스코 유니온스퀘어 플래그십 매장 등이 대상으로 꼽힌다. 이들 매장은 메이시스가 확보한 전체 매장 면적의 25%를 차지하지만, 매출은 10%에 불과하다고 NYT는 전했다.
대신 메이시스는 대규모 쇼핑몰 대신 번화가에 고가 제품을 판매하는 소규모 매장을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 블루밍데일스와 뷰티 체인 블루머큐리 매장은 각각 15곳, 30곳 새로 열 예정이다. 작년 11월을 기준으로 한 매장 수는 블루밍데일스 58곳, 블루머큐리 158곳이다. 스프링 CEO는 "(수익성이 높은) 소규모 매장을 여는 것이 전체 업계가 가고 있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메이시스 자체 브랜드 제품을 강화하고, 공급망도 간소화하기로 했다.
매년 뉴욕에서 개최하는 추수감사절 퍼레이드, 독립기념일 불꽃놀이로 잘 알려진 메이시스는 미국 내에서 중산층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백화점 체인이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 확산으로 아마존 등 전자상거래 기업이 부상하며 최근 몇 년간 위축세를 보여왔다. 지난해에는 부동산전문투자회사 아크하우스 등으로부터 58억달러에 인수 제안을 받으며 찬밥 매물로 전락했다는 평가마저 받았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앞서 메이시스가 보유한 부동산 자산에 초점을 맞춰 분리 매각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이번 개편 계획은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공격에 맞서고, 지지부진한 매출과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메이시스의 한 수나 다름없는 셈이다. 특히 현지 언론들은 이달 초 취임한 블루밍데일스 출신의 스프링 CEO가 공식 취임 전부터 구조조정을 예고하는 등 거침없는 행보를 보인다는 점에 주목했다. NYT는 "약한 수익으로 좌절했던 투자자들에게 메이시스 경영진이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CNN방송은 "소매업체와 미국 쇼핑객의 변화를 반영한 턴어라운드 전략"이라고 전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메이시스의 주가는 개편 기대감 등에 힘입어 전장 대비 3.37% 상승 마감했다.
다만 럭셔리 제품군 위주의 매장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서는 물음표도 따라붙는다. 금융서비스 모닝스타의 분석가인 데이비드 스왈츠는 NYT에 "경쟁은 덜하지만, 럭셔리 백화점의 미래가 어떨지는 확신할 수 없다"면서 "많은 명품 브랜드가 직접 판매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메이시스는 이날 작년 4분기 실적도 공개했다. 4분기 순매출은 81억달러로 월가 예상에 부합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한 수준이다. 순손실은 7100만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5억800만달러 순이익에서 적자 전환했다. 메이시스는 이번 구조조정 및 매장 폐쇄와 관련해 10억달러의 비용이 들 것이라고 확인했다. 회사 측은 올해 매출은 지난해보다 1~4%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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