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적의·증오·혐오·적대 조장
한국정치 폐해...정치테러 불러
'내편 아니면 악마' 이분법 횡행
극우·극좌-언론 받아쓰기도 문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피습으로 신년 정국이 크게 술렁이는 가운데, 분노와 적의, 증오와 혐오를 조장하는 한국정치의 폐해가 극단적인 정치테러를 불어왔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치인이 지지자들에 영합해 혐오를 부추기고, ‘내 편 아니면 악마’로 구분짓는 이분법 속에 응징과 보복이 만연하면서 생긴 참사라는 것이다.


정치인에 대한 폭행, 습격 사건은 지속적으로 발생해왔다. 2006년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지지 유세에 나섰다가 커터칼 습격을 당했고, 2022년에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유세 도중 둔기로 머리 부분을 3차례 이상 맞았다. 이외에 2018년 원희룡 전 제주지사와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겨냥한 폭력 사건도 있었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3일 본지 통화에서 “한국은 정치테러가 상대적으로 빈번한 나라”라고 평했다.

추종·혐오·팬덤이 문제인가..이재명 피습으로 보는 정치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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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극좌 양극화된 정치공론장..그대로 받아쓰는 언론도 문제

전문가들은 혐오를 조장하는 ‘정치인-유튜버-언론’의 공생 구조가 극단화된 형태로 나타난 것이 이번 사건이라고 봤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본지 통화에서 “방송에 극우와 극좌를 표방하는 극단적인 패널들이 나오고, 유튜브는 가짜뉴스들이 범람한다. 정치인들은 극단적인 발언을 SNS에 올린다. 이를 언론이 고스란히 받아쓰면서 ‘타협과 상생’보다는 적의가 증폭되는 방식의 정치 테러가 발생하기 용이한 구조가 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유권자가 알아야할 이유가 없는 ‘말싸움’만이 정치면 보도를 채우는 가운데 ‘따옴표 저널리즘’, ‘싸움 실황 중계’, ‘막말 받아쓰기’로 인해 정치 공론장이 혼탁해지는 것이 문제라고 짚었다. 최 교수는 “민주주의의 위협일 뿐만 아니라 일종의 반(反)지성주의로 봐야할 문제”라고 짚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정치를 ‘인격화’하는 경향성이 문제로 나타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그는 “정치인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형태의 유권자들이 나타나다보니 내가 추종하는 정치인이 아니면 증오의 대상으로 본다. 정치의 감성화가 문제”라고 봤다. ‘사회적 병리’의 한 현상이란 진단도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묻지마 살인’ 같은 문제들의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다”면서 “공동체에서 고립된 상태에 있는 개인이, 양극화된 형태의 정치 뉴스를 보게 되면 일탈 현상의 하나로서 이같은 테러를 도모하기 쉽다”고 했다.

좌우 진영이 날을 세워 대립하던 시기 정치 테러가 자주 일어났다는 지적도 주목할만하다. 이데올로기가 첨예하게 충돌하던 신냉전 시기나 해방 후 찬탁 반탁 운동 때는 암살이 횡행했다. 한국에서는 1940년대 송진우, 장덕수, 여운형, 김구 등에 대한 암살이 대표적이다. 최 교수는 “극좌 극우 갈등이 심했을 때 정치인에 대한 테러가 빈번했다”고 봤다.


세계 각지 정치인 대상 피습, 암살 있어와...정치 후진국 빈번

정치인에 대한 암살 시도는 경호가 취약하고 민주주의가 발달하지 않은 개발도상국에서 발생 빈도가 높은 편이지만 2022년 아베 신조 총리 피살 사건처럼 주요국에서 일어나기도 한다. 1960년엔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암살됐고, 로널드 레이건은 미국 대통령이던 1981년 3월 30일 워싱턴에서 정신병을 앓는 남성의 총에 맞았으나 탄환이 심장이 아닌 폐 쪽으로 향해 수술받고 기사회생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라디오에서 “정치는 어쨌든 갈등의 한복판에 있는 직업이고, 대중 속에 노출된 직업”이라면서 “정치인의 숙명이지만 ‘모든 정치인’이 당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발생하게 되면) 정치가 굉장히 위축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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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는 1948년 1월 30일 반이슬람 극우파 청년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는 야당 지도자 시절이던 2007년 12월 27일 라왈핀디에서 유세한 뒤 총에 맞아 숨졌다. 노벨평화상을 받은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는 1995년 11월 4일 텔아비브에서 팔레스타인과 평화협정에 반대하는 유대인 인종주의자 청년 이갈 아미르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이외에도 파트리스 루뭄바 초대 콩고 총리, 올로프 팔메 스웨덴 총리, 조란 진지치 세르비아 총리, 무함마드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 라피크 하리리 레바논 총리 등도 암살 사건으로 목숨을 잃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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