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중국 베이징 국제전시센터 순이관에서 열린 제1회 국제공급망박람회(CISCE). 최근 전 세계 투자시장에서 가장 핫한 기업 중 한 곳인 덴마크 제약회사 노보 노디스크가 부스를 열었다. 테슬라 창업주인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이곳에서 만든 ‘위고비’ 주사제로 체중을 감량했다는 소식이 퍼지며 단숨에 유럽 시가총액 1위에 등극했던 그 회사다. 위고비는 최근 중국에서도 ‘마법의 다이어트약’으로 불리며 크게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뿐만 아니다. 아스트라제네카, GE헬스케어 등 글로벌 유명 제약사들은 초대형 부스를 차려 앞다퉈 주요 제품과 기술력을 홍보했다. 중국이 공급망을 주제로 전 세계 최초로 개막한다고 내세운 대규모 박람회에 참가해 당국에 성의 표시를 하는 동시에, 최근 급성장하는 중국 보건의료 시장에 대한 진출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행사에 문을 연 한국의 보건의료 관련 기업은 제약, 바이오, 화장품, 의료기관 등을 포함해 한 곳도 없었다.
한국은 중국 보건의료 시장에서 나름 잔뼈가 굵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까지만 해도 연간 16만명의 중국인이 의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2016년 의료해외진출법 시행 이후 중국에 진출한 의료기관은 첫해 2곳을 시작으로 누적 72곳까지 늘었다.
중국에서 명성을 떨친 대표적인 한국의 보건의료 기술은 피부과·성형외과 등 미용 분야다. 실제로 지난 8년의 중국 진출 기관의 절반 이상(37곳)을 피부과·성형외과가 차지했고, 치과의원(16곳)이 뒤를 이었다. 상급 종합병원이 나서서 합자 병원 설립의 큰 그림을 시도했던 적도 있다.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과 유한양행, 중국 신아진그룹이 칭다오에 합자 병원을 설립하기로 하고 2017년 착공식도 진행했다. 하지만 건립 예정지였던 라오산구 국제생태건강도시 부지가 그린벨트로 묶이고 코로나19로 공사까지 중단되면서 양측의 추가 협상이 순탄치 않았고, 현재는 모든 공사가 중단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용 분야의 성장성이 높고 한국이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우리 앞에 놓인 기회는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의 보건의료 시장은 그야말로 급성장의 초입에 있다. 기대수명이 급격히 늘고 출산율이 떨어지며 빠르게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다. 암 발병률이 높아지고 척추나 관절 건강에 대한 진료·치료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초혼 연령이 올라가며 난임 치료에 대한 요구도 늘고 있으며, 전염병 이후부턴 일상적인 건강 관리나 검진에 대한 필요성도 강조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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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다오 세브란스의 사례처럼 대규모 투자를 머뭇거리게 하는 불확실성이 중국에는 존재한다. 하지만 이만큼 보건의료 서비스가 빠르게 성장하고, 고소득의 수요자가 넘치게 많고, 인구구조에 비춰 비교적 정확하게 시장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시장도 찾기 힘들다. 대책 없이 낙관해 발을 들인다면 돌아올 것은 낭패뿐이지만, 철저한 준비와 전략적 접근이 전제된다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낼 가능성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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