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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종투사 10년, 여전히 먼 글로벌 I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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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 성장 비해 질적 성장 초라해
업계, 차별화 성장전략 세우고
정부, 지원전략 재정비 나서야

[초동시각]종투사 10년, 여전히 먼 글로벌 I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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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소형 증권사들의 자기자본 불리기가 한창이다. 이들이 사옥을 매각하고 유상증자에 나서는 등 동분서주하고 있는 이유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타이틀을 따내기 위해서다.


대신증권은 지난 7월 서울 을지로 본사 사옥 매각을 결정했다. 매각을 통해 연내 자기자본 3조원을 넘겨 종투사 자격 요건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대신증권의 자기자본은 2조1007억원이다. 교보증권은 유상증자에 나섰다. 지난달 최대주주인 교보생명을 대상으로 2500억원을 조달하는 제3자 배정방식의 유상증자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교보증권은 이번 유상증자의 목적이 종투사 인가 취득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은행(IB) 육성을 위해 종투사 제도를 도입한 지 10년이 지났다. 금융당국은 2013년 3조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보유하고 내부통제기준 구비 조건을 갖춘 주요 대형 증권회사를 종투사로 지정하고, 기업 신용공여와 전담중개업무를 허용했다.


종투사 제도 도입으로 한국형 IB로 성장할 수 있는 판은 깔렸다. 그러나 국내 증권산업은 여전히 중개업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또 모험자본 공급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2016년 '초대형 IB 육성을 위한 종투사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더욱 적극적으로 초대형 IB 육성에 나섰다. 개선 방안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종투사에게 발행어음 업무를,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의 종투사에게 종합투자계좌(IMA) 업무를 허용했다. 이와 더불어 기업 신용공여 한도 증액, 다자간 비상장주식 매매·중개업무 허용, 해외 진출 지원 등의 혜택도 제공했다. 현재까지 9개 증권사가 종투사 타이틀을 획득했고, 2017년 이 중 5개 증권사가 초대형 IB로 지정됐다.


지난 10년간 증권사들은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국내 종투사의 자기자본은 10년간 148% 증가했고 순영업수익은 650% 증가했다. 하지만 눈부신 양적 성장에 비해 질적 성장은 초라한 편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주식발행시장(ECM)·채권발행시장(DCM), 인수합병(M&A) 부문에서 국내 종투사의 아시아 순위는 각각 20~30위권, 60~70위권에 그치고 있다. 모험자본과 종합 기업금융 서비스보다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주가연계증권(ELS) 등 단기 성과를 추구하는 사업에 치중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저금리와 부동산 호황 국면에서 공격적으로 늘렸던 부동산 PF의 경우 증권사들의 부실 뇌관으로 떠올라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종투사 제도로 증권사들의 양극화도 한층 심화됐다. 대형 증권사들이 종투사 자격을 통해 더 넓고 다양한 영역의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중소형 증권사들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성장동력이 약해진 중소형 증권사들이 사활을 걸고 종투사 인가에 뛰어드는 배경이다.


종투사 도입 후 10년이 지났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처럼 국내 증권 업계에서 종투사가 9개로 늘어나고 산업 규모가 커지는 등 분명히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 다만 그런 변화가 애초 의도하고 기대하던 방향으로 이뤄졌다고 자신있게 말하긴 어려울 것이다. 몸집은 커졌지만 한국형 IB라고 내세울 성과는 드물다. 한국형 IB로 글로벌 시장에 당당히 명함을 내밀 수 있도록 증권사들은 차별화된 성장 전략을 세우고, 정부는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를 고민하고 재정비에 나설 시점이다.





송화정 증권자본시장부 차장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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