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그룹 컨트롤타워]출범 10년 SK 수펙스, 재무통 조대식 의장 그룹 재무·전략 총괄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29층 대회의실. SK그룹 최고경영자(CEO)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조대식 의장의 사회로 시작하는 회의는 보통 2시간에 걸쳐 진행된다. 매월 1회 열리는 수펙스(SUPEX)추구협의회 정기회의다. 수펙스는 초일류를 뜻하는 ‘Super Excellent Level’의 줄임말로 인간 능력으로 도달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을 말한다. 최종현 SK그룹 선대 회장이 직접 지은 단어다. SK만의 독자적인 경영기법이자 기업문화를 보여준다.
이 회의는 C레벨이 알아야 할 그룹 어젠더를 공유하는 자리다. 탄소중립, 대체육, 바이오, 배터리 등 글로벌 시장 트렌드를 연구하고 사업적으로 지원해야 할 부분에 대해 검토한다. 세계 최대 화두인 인공지능(AI) 같은 기술에 대해선 연구소 등 그룹 내 관련 전문가가 회의에 참석해 CEO들에게 직접 설명하기도 한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환경사업위원회 신설 등을 통해 그룹 내 그린사업 방향을 설정했다. 그 일환으로 그린테크노캠퍼스 설립, 그린캠퍼스 출범 등을 추진했다.
SK그룹은 독특한 구조의 수펙스추구협의회라는 조직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국내 재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체제다. 다른 그룹에선 지주사가 할 일을 SK그룹은 수펙스추구협의회가 한다. 그룹 내 최고 의사 협의기구인 이 조직에 최태원 회장은 포함돼 있지 않다. 최 회장은 회의 내용을 수시로 보고 받진 않지만 각 계열사 CEO들과 1:1 만남을 자주 갖는 그의 경영 스타일 상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올해 10년차다. 수펙스추구협의회 역사는 1974년 경영기획실로 출범한 핵심 조직 SK구조조정본부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SK그룹은 2003년 헤지펀드 '소버린'이 SK 지분 14.99%를 사들여 최대 주주가 되면서 경영권을 위협받는 부침을 겪었다. 외국자본 공격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지배구조를 혁신해야 할 필요가 커졌고 구조조정본부를 해체했다. 같은 해 계열사 간 조정 업무를 SK㈜와 SK텔레콤에 이관했다. 이후 2007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고 SK㈜가 그룹 내 중요 의사 결정을 해왔다. 2012년 하이닉스를 인수했고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해야 하는 상황에서 효율적인 그룹 의사결정 시스템이 필요했다. 이듬해인 2013년 '따로 또 같이 3.0' 경영을 위한 수펙스추구협의회를 만들었다. '따로 또 같이'는 그룹의 각 관계사가 ‘따로’ 자율적으로 경영 판단을 하되, 그룹 차원 역량을 동원해야 하는 주요 사업 추진 또는 신규 시장 진출의 경우에는 별도의 전문위원회가 '또 같이' 경영 판단을 지원하는 전략을 동시 구사하는 것을 말한다.
지주사가 단독으로 그룹 경영 방향을 정하지 않고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경영방식이 필요하다는 최 회장의 생각에서 출발했다. 전문경영인의 집단지성을 활용해 2중, 3중 논의를 거쳐 최적의 결론을 도출하겠다는 의미다. 최 회장은 2012년 10월 새로운 경영방침을 정하는 CEO세미나에서 “앞으로 자기 회사 일을 지주회사에 물어보지도 가져오지도 말아야 한다”고 했다. 최 회장은 국내 계열사 업무에서 자유로워지는 만큼 글로벌 성장전략, 해외 고위 인사 네트워킹 등 전사 차원 성장을 이끄는 역할을 중점 수행하고 있다.
SK는 7개 위원회로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각 계열사 CEO에게 수펙스추구협의회 위원장 권한을 부여하면서 책임의식을 강화했다. 위원장이 아니더라도 협의회 소속 20개 계열사 CEO들은 적게는 5명 많게는 10명씩 각 위원회에 임의로 중복 배정돼 있다. 커뮤니케이션위원회의 경우 SK텔레콤 SK텔레콤 close 증권정보 017670 KOSPI 현재가 102,700 전일대비 3,100 등락률 -2.93% 거래량 1,081,008 전일가 105,800 2026.05.14 15:30 기준 관련기사 SKT-국방부, '국가대표 AI 모델' 국방 첫 도입…국방 AI 전환 나선다 총 상금 30억원 '전 국민 AI 경진대회' 개막 한 달 만에 7만명 몰렸다 SKT, 고려대 20개 건물 옥상에 1.8MW 태양광 인프라 구축 , SK E&S, SK에코플랜트, SK케미칼 SK케미칼 close 증권정보 285130 KOSPI 현재가 51,500 전일대비 2,000 등락률 +4.04% 거래량 95,110 전일가 49,500 2026.05.14 15:30 기준 관련기사 SK케미칼, '기넥신' 누적 매출 6000억 돌파 SK케미칼-제이투에이치바이오텍, 신약 공동개발 협력 업무협약 SK케미칼, 골관절염 치료제 '조인스' 고용량 300㎎ 출시 , SK가스 SK가스 close 증권정보 018670 KOSPI 현재가 281,000 전일대비 10,500 등락률 +3.88% 거래량 33,453 전일가 270,500 2026.05.14 15:30 기준 관련기사 SK가스, 1.2조 규모 '울산GPS' 지분 49% 매각 포스코홀딩스, '한·호주 비즈니스 어워즈' 올해의 기업 선정…고려아연 지속가능성 부문 수상 [특징주]‘중동 전쟁 장기화 조짐’ SK가스 5%대↑ , SK엔무브 CEO가 참여하고 있다. 각 위원회 회의는 매달 열린다.
계열사 CEO 평가와 주요 임원 인사도 수펙스추구협의회가 해왔다. 인재육성위원회가 검토해 각 사 이사회에 전달하고 이사회가 최종 확정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2021년부터 개별 기업 이사회 결정을 돕는 역할만 담당하도록 바뀌었다. 총수를 비롯한 경영진 감시를 넘어 CEO 후보 추천, CEO 평가·보상, 중장기 그룹 성장전략 검토 등 주요 경영 활동을 이사회가 맡아 한다. 계열사 이사회 권한이 세졌지만 수펙스추구협의회 존재감은 남아있다. 사외이사 후보 추천은 수펙스추구협의회의 지원 업무 중 하나다. 이사회 평가 플랫폼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이사회 활동, 성과 등을 다양한 지표로 평가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지난 6월 15일 오전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2023 확대경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수펙스추구협의회 중심엔 ‘재무통’ 조대식 의장이 있다. 1960년생 동갑내기이자 초등학교·대학교 동창인 최 회장이 2007년 SK 재무담당 임원으로 조 의장을 직접 영입했다. SK㈜ 합류 이전 삼성물산 상사 부문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냈다. SK㈜ 입사 6년만에 사장에 올라 신약개발과 의약품생산, 반도체 소재 등 신규 성장사업을 발굴하고 관계사 기업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주도해 왔다. ‘그룹 2인자’로 불린다. 그는 2017년 첫 의장 부임 이후 4연임에 성공했다. 수펙스추구협의회 핵심인 전략·글로벌위원회 위원장을 겸임한다. 전략·글로벌위원회는 그룹 계열사들의 재무와 전략 기능을 맡고 있다. 계열사들의 새 먹거리 발굴하고, CEO들을 조율하는 역할도 한다.
인재육성위원회 위원장은 1987년 유공으로 입사한 박상규 SK엔무브 사장이다.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은 ICT위원회를, 조경목 SK에너지 사장은 SV(사회적가치)위원회를, 장용호 SK실트론 사장은 환경사업위원회를 맡고 있다. 커뮤니케이션위원회와 거버넌스위원회는 각각 이형희 사장과 윤진원 사장이 위원장으로 있다. 커뮤니케이션위원회는 그룹의 눈·귀·입이 되는 조직이다. 그룹 안팎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하고 그룹이 주력하는 경제·사회· 미디어 어젠더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도록 대외 협력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법무 기능을 갖춘 거버넌스위원회는 이사회·주주 중심 경영을 지원한다. 전체 구성원은 팀장 등 실무진까지 합쳐 총 100여명이다.
SK그룹의 경영 체질 변화는 현재진행형이다. 다음달 1일 취임 25주년을 맞는 최 회장은 “혁신적인 변화를 할 것이냐(딥 체인지·Deep Change), 천천히 사라질 것이냐(슬로우 데스·Slow Death)”라는 취임 일성과 함께 기업 생존을 위해 그룹 체질을 혁신적으로 바꿀 것을 피력했다. 최 회장이 취임한 1998년 약 32조8000억원이던 SK그룹 자산총액은 올해 5월 약 327조3000억원으로 25년만에 10배 커졌다. 당시 5위였던 재계 순위는 삼성에 이어 2위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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