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포스코홀딩스로 공매도 전선 이동
1조원대 공매도에 5조원대 순매수 맞대응
개미 “이차전지 불법 공매도 조사” 촉구…당국 모니터링 강화

개인 투자자와 외국계 헤지펀드 등의 공매도 세력 간의 2차대전이 벌어지고 있다. 1차대전은 개미의 승리였다. 공매도 세력은 에코프로그룹주에서 큰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전선은 포스코그룹주다. 포스코홀딩스(POSCO홀딩스)의 공매도 잔액이 1조원을 넘은 상황이다. 개미들은 5조원 이상의 순매수로 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은 불법 공매도 단속과 처벌을 한층 강화해 시장 질서를 바로잡겠다고 공언했다.

'하락베팅' 1.7조원 내건 외국인…포스코로 옮겨붙은 공매도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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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그룹주 공매도 잔액 급증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집계 가능한 최신일 기준인 11일 포스코홀딩스의 공매도 잔액은 1조230억원으로 유가증권시장 1위다. 2위인 포스코퓨처엠의 잔액은 7010억원이다. 이차전지 관련 포스코그룹주의 합산 공매도 잔액만 1조7000억원이 넘는다. 7월11일 기준 포스코홀딩스의 공매도 잔액은 1882억원에 불과했다. 한달 새 5.5배 급증한 것이다. 포스코퓨처엠의 공매도 잔액도 꾸준히 늘었다. 연초 1839억원에서 8월 들어서는 평균 7000억원선을 유지 중이다.


외국인의 공매도 타깃 종목이 에코프로그룹주에서 포스코그룹주로 바뀌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에코프로 공매도 잔액은 8월11일 기준 9070억원으로 한달 전(1조3482억원)보다 감소했다. 에코프로비엠 역시 7월11일에는 공매도 잔액이 1조3736억원에 이르렀지만 현재 6940억원으로 집계됐다.

공매도 2차대전이 발발한 건 수익률 때문으로 풀이된다. 1차대전이 개미의 승리로 끝나면서 공매도 세력은 큰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연초 10만3000원에서 출발한 에코프로는 지난 4월 초 50만원대로 단기 급등했고, 주가가 과열됐다고 판단한 외국계 헤지펀드 등은 공매도에 집중했다. 하지만 개인 매수세에 힘입어 에코프로 주가는 100만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지난달 26일엔 장중 153만9000원까지 치솟았다. 이에 공매도 세력은 쇼트커버링(Short Covering)을 하면서 고군분투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쇼트커버링은 주가가 내릴 것을 기대하고 주식을 빌린(공매도) 투자자들이 예상과 달리 주가가 상승하면 손실을 줄이기 위해 주식을 사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2차대전에서도 개미가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주식 커뮤니티 등에서는 똘똘 뭉쳐야 한다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개인 투자자들의 순매수는 포스코홀딩스에 집중되고 있다. 7월 한달간 개인 투자자들의 순매수 상위 1위 종목은 포스코홀딩스다. 순매수액만 4조5231억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순매수 상위 2위 종목 LG화학을 5037억원만 담은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포스코폴딩스에 올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7월부터 8월11일까지 포스코홀딩스 순매수액은 5조1107억원으로 집계됐다.

외국계 증권사가 포스코홀딩스의 투자의견을 하향하면서 투자심리 꺾기에 나섰지만 통하지 않은 듯하다. 모건스탠리는 포스코홀딩스 투자의견을 '동일 비중'에서 '비중 축소'로 한 단계 낮췄다. 과도한 낙관론이 펀더멘털(기초 체력)을 앞섰다는 게 하향의 근거다. 개미들은 외국계 증권사가 공매도 세력을 대변한다면서 아랑곳하지 않고 순매수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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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투자자, 불법 공매도 조사 촉구

개인이 집중 매수한 종목에 공매도 잔고가 늘자 불만도 커지고 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지난달 26일 이차전지 종목에 이뤄진 공매도를 지적하면서 불법 공매도 조사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지난달 26일은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금양 등이 20% 넘게 상승하다 대규모 물량 출회에 하락 마감한 날이다. 다음날인 27일까지도 주가가 큰 폭 하락세를 기록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공매도가 쏟아지면서 대폭락한 건으로 사전에 계획된 작전이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 없다"면서 "시가총액이 수십조원 이상 되는 대형주에서 이런 사태가 발생한 건 공매도 세력이 불법으로 주가를 교란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지난달 26~27일 공매도 금지가 된 에코프로비엠에서 공매도가 발생한 점에 주목했다. 당시 한국거래소가 에코프로비엠을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하면서 해당 종목의 공매도가 금지됐지만 2200억원 규모의 공매도가 발생했다. 정 대표는 "공매도 금지 룰을 적용받지 않은 시장조성자 제도를 이용하는 증권사의 공매도였는데 이해할 수 없다"면서 "시장조성자를 맡은 증권사는 유동성이 부족할 때, 즉 거래량이 적을 때만 개입해야 하는데, 유동성이 차고 넘치는 상황에서 증권사의 공매도가 이틀 동안 무려 54만6000주나 쏟아졌고 이는 명백한 주가조작 행위"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외국계 증권사에서 불법 공매도를 많이 저질렀다. 올해 상반기에 외국계 증권사 등 20여곳이 불법 공매도로 제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올해 상반기(1~6월) 자본시장법(170조) 관련 공매도 규제 위반 혐의로 26곳에 98억원의 과태료·과징금을 부과했다. 과징금은 23곳에 87억원, 과태료는 3곳에 11억원이었다. UBS AG에 21억8000만원, ESK자산운용에 38억70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AUM인베스트, 퀸트인자산운용, PFM, 다윈자산운용, OCBC, 스톤X, 줄리우스 베어, 이볼브, 한국대체투자자산운용 등도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금융당국은 불법 공매도 엄벌 기조를 이어갈 방침이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불법 공매도에 대해 과징금을 처음으로 부과하고 제재 대상자를 공개하는 등 과거보다 더욱 엄정하게 처벌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매도 세력과 개미들의 기싸움이 벌어지면서 국내 자본시장의 공매도 전면 재개는 불투명해졌다는 평가다. 김 부위원장 역시 "중장기적으로는 공매도 전면 재개 방향으로 갈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정확한 시점을 말하긴 어렵고 시장 상황을 계속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자본 장은 코로나19 하락장 이후 공매도가 전면 금지됐으나 지난해 5월 3일부터 일부 재개됐다. 현재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는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등 대형주에 한해 부분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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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증권가에서는 쇼트스퀴즈(Short Squeeze) 종목을 눈여겨보라고 조언한다. 공매도 세력이 쇼트커버링을 하면서 주가가 오르는 현상을 쇼트스퀴즈라고 한다. 개인의 집중 매수에 힘입어 급등하는 종목은 공매도가 늘어도 쇼스퀴즈로 주가가 더 오를 수 있어서 투자 대안이 된다는 분석이다. 강민석 교보증권 책임 연구원은 "공매도 잔고가 많고 외국인 순매수가 줄어드는 종목을 미리 살펴보면 쇼트스퀴즈 발생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쇼트스퀴즈 발생 가능성이 있는 종목은 포스코퓨처엠, 포스코인터내셔널, SK바이오팜, 에코프로비엠, 이오테크닉스 등이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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