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태원에서 아들 잃은 엄마의 사연
MBC인터뷰, 사망신고 하지 않은 까닭 설명
"사망신고 강제로 하게 된다면 제가 죽는 날"

"가족관계 증명서 떼어 보시면 사망한 사람은 사망 도장이 네모나게 찍혀요. 저는 그 서류 마주할 수 없어요."

지난해 10월29일 서울 이태원에서 아들을 잃은 엄마 김희정씨는 2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들을 잃은지 9개월이 됐지만, 엄마는 아직 사망신고를 하지 않았다. 아니 사망신고를 하지 않을 생각이다. 누군가에게 10월 이태원의 기억은 스쳐 지나가는 어떤 사건의 하나이겠지만, 엄마에게는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시간이 멈춰 있는 것처럼 그날의 충격과 아픔 속에서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김씨는 "저는 딸도 있고 또 키워야 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하지 않은 상태에서 죽을 수도 없어요"라고 말했다. 김씨에게 하루의 삶은 평범한 이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그런 삶이 아니다. 생을 이어가는 이유, 이어갈 수밖에 없는 이유, 모든 것은 10월29일 그날과 관련이 있다.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은 28일 이태원 참사로 아들을 잃은 김희정씨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출처=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방송화면 캡쳐]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은 28일 이태원 참사로 아들을 잃은 김희정씨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출처=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방송화면 캡쳐]

AD
원본보기 아이콘

김씨는 이태원 참사가 일어났던 그 장소의 인근 지역이 집이다. 현장에서 사고 소식을 접한 뒤 곧바로 그곳으로 향했다.


"휴대폰으로 전화가 울려서 받으니 해밀톤 호텔 GS25시에 아드님인 것 같은데 20분째 CPR을 하고 있지만, 의식이 없으니 빨리 와주세요였어요. 양말도 신지 않고 가방 하나도 못 들고 핸드폰을 들고 제발 아들 옆에 있어 달라 얘기하면서 택시를 잡고 가던 중에 삼각지 고가 넘고 차가 꼼짝을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내려서 걸어갔어요."

김씨는 "소방관님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모습만 눈에 보였기 때문에 이건 대형 화재로구나 생각하고 마음이 더 급해졌어요"라면서 "맨 땅바닥에 아이들이 천 한 장도 깔려 있지 않은 차가운 냉 땅에 눕혀져 있어서 질식 때문에 눕혀져 있는 거라고 생각을 했고 사망한 아이들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어요"라고 그날을 회상했다.

엄마에게 그날의 기억은 시간이 지난다고 희미해질 그런 사안이 아니다. 김씨가 아들 사망신고를 하지 못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김씨는 "(아들이 사망했다는 내용의)서류를 마주하는 순간 제가 죽을 것 같기 때문에 그래서 할 수가 없어요"라면서 "사망신고는 앞으로도 하지 않을 거고, 만약에 강제로 하게 된다면 그날은 제가 죽는 날이 될 거예요"라고 말했다. 김씨는 동생에게 부탁했다. 자기가 죽는 날 아들 사망신고를 같이 해달라고….


2월6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 설치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2월6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 설치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원본보기 아이콘


김씨는 꿈속에서 아들을 만났다고 한다.

AD

"제가 꿈을 깨고 나서 생각하니 왜 이태원 이야기를 물어보지 못했을까 생각을 했고요. 또 민석이(아들) 역시 그날에 대한 이야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민석아 이 꿈이 현실이고 엄마는 아주 긴 나쁜 악몽을 꾼 거라면 얼마나 좋겠니 그러니 엄마 난 지금 여기가 좋아, 그러면서 시험공부를 또 하겠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꿈이 깼어요."

그러면서 김씨는 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에 대해 이렇게 전했다.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엄마가 좀 더 빨리 찾아내지 못해서 미안하고, 권력 있는 부모가 아니어서 미안하고 곁에 있어 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그렇지만 엄마가 네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망자이기 때문에 너를 대신해서 그 억울한 오명만 씻고자 어떤 노력이라도 다할 것이고 그날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다 만나는 그날이 되면 하늘에 아빠랑 성모님 엄마랑 양가 할아버님과 평화롭게 잘 지내다가 우리 민석이가 엄마를 제일 먼저 마중 나와 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엄마가 하늘만큼 땅만큼 우주만큼 사랑했던 거 잊지 말고."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