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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 '이래경 딜레마'에 빠진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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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폭 된 천안함 사건을 조작해 남북 관계를 파탄 낸 미 패권 세력들이 이번에는 궤도를 벗어난 중국 기상측정용 비행기구를 마치 외계인 침공처럼 엄청난 ‘국가위협’으로 과장해 연일 대서특필하고 골빈 한국 언론들은 이를 받아쓰기에 바쁘다."


이번에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됐다 9시간 만에 사임한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이 지난 2월 1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작성한 글의 일부다. ‘천안함 자폭설’이 나온 것만 해도 눈살이 찌푸려지는데, ‘미 패권 세력’이라는 철 지난 운동권 용어까지 사용한다. 그가 단순한 재야인사라면 이런 글을 SNS에 수십 개씩 올려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미 그런 사람은 SNS에서 발에 챌 정도로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168석 거대 야당을 이끄는 인물이라면 상황이 다르다. ‘천안함 자폭설’, ‘미국 코로나 진원설’, ‘윤석열 대통령 CIA 접촉설’ 등 검증되지 않은 음모론적 시각을 고수하는 사람이 거대 야당의 혁신위원장을 맡을 자격이 있을까?


나아가 음모론에 빠진 혁신위원장이 과연 제대로 된 혁신 비법을 내놓을 수 있을까? 정치권 그 누구라도 이 부분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그의 SNS 발언에 대해 이렇다 할 검증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이 정도가 뭐가 문제냐’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당내에 있는 것 같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MBC 라디오에서 "잘못된 의견을 제시한 건 아니지 않은가", "개인의 의견"이라고 했다. 이 이사장이 추후 ‘과한 표현’이라고 정정하긴 했지만 ‘천안함 자폭설’은 엄연히 ‘잘못된 의견’이고 허위사실 유포다.

이 이사장의 정치 성향 역시 걸림돌이다. 그는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민주당 전신) 상임고문 후원회장을 지낸 김근태계 인사로 분류되지만, 그의 SNS를 살펴보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우호적 입장을 넘어 사실상 지지를 표명해 왔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 여럿 포착된다.


2019년에는 ‘경기도지사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 대책위원회’ 구성도 제안했다. ‘이재명의 민주당’을 혁신하기 위해 친이재명 성향의 인사를 모셔 온 것이다. 민주당 혁신기구의 ‘좋은 선례’로 꼽히는 2015년의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당시 비주류였던 비문(非文)이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이사장이 불명예스럽게 사퇴하면서 민주당은 ‘후임 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과연 제대로 될지 벌써 의심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 대표가 전권을 줄 수 있는 혁신위원장은 역시 친이재명계라는 인식이 당내외 인사들의 뇌리에 깊이 박혔기 때문이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 초선인 이탄희 민주당 의원, 7선의 원혜영 전 의원, 김부겸 전 총리 등이 대안으로 언급되고 있지만 이들이 혁신위원장직을 선뜻 수락할지는 미지수다.


운 좋게 비명계 혁신위원장을 모셔 오게 된다고 치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번엔 ‘전권’을 두고 말이 나올 게 뻔하다. 혁신이 조금이라도 지지부진해지면 비명계 혁신위원장에게 전권이 제대로 주어지지 않아서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이는 다시 계파 갈등으로 이어진다. 악순환이다. 혁신의 첫 단추를 잘못 끼운 대가는 쓰디쓴 딜레마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무한책임을 지겠다"고 했지만, 오히려 악순환이 무한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건 왜일까.





이지은 이슈1팀 차장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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