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사우디 빈살만 왕세자와 회담…"인권문제·이란 핵 등 논의"

양국 간 해빙 분위기 조성
회담서 이스라엘·이란·수단·예멘 문제 논의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와 회담을 가졌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오른쪽)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7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회담하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이번 방문에서 사우디 지도층을 만나 수단·예멘의 분쟁 종식, 이슬람국가(IS) 퇴치, 이스라엘·아랍국가 관계 정상화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AFP 통신 등 외신은 블링컨 장관과 빈살만 왕세자가 회담을 가졌고, 미국의 한 관리를 인용해 블링컨 장관이 이번 만남에서 사우디의 인권 문제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 관리는 "그들은 지역 및 양자 문제들을 폭넓게 다루면서, 허심탄회하고 솔직히 논의했다"며 "블링컨 장관이 인권 문제를 일반적이면서도 구체적으로 제기했다"고 밝혔다.

앞서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블링컨 장관은 인권 문제의 진전으로 양국 관계가 강화됐다고 강조했다"고 발표했다.

양국 관계에서 인권 문제는 민감한 사안이다. 2018년 10월 사우디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을 방문했다가 사우디 정보요원에 의해 살해된 사건이 발생한 뒤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는 급속도로 냉각됐다.

당시 미국 정부는 이 사건을 빈살만 왕세자가 지시했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7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사우디를 방문해 빈살만 왕세자를 만나 이 문제를 거론했다. 하지만 무함마드 왕세자는 "개인적으로 나는 책임이 없다"고 답했다.

이날 블링컨 장관과 빈살만 왕세자는 1시간 40분 동안 회담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 문제, 예멘·수단 분쟁, 이란 핵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의 미국 관리는 "두 사람이 상당한 수준에서 의견을 나눴다"며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 문제 관련 조속한 성과가 나올 가능성은 적지만, 양국이 이 사안에 대해서 계속 대화해 나갈 것을 합의했다"고 언급했다.

당초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 방문 당시 카슈끄지 살해 사건뿐 아니라 국제유가 문제에서 사우디와 이견을 보였다. 해당 사안은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유가가 치솟을 때 산유국인 사우디가 미국의 증산 요구를 무시하는 태도를 취하면서 양국 간 갈등이 깊어졌다.

그러나 유가 안정, 중동에서 중국에 대한 견제 등 복합적 이유가 대두되자 미국은 다시 사우디와 관계 개선에 공을 들여왔다.

블링컨 장관은 7일 미·걸프협력회의(GCC) 장관급 회의에 참석한 뒤 8일에는 사우디 외무장관과 양자 회담을 갖는다. 앞서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달 사우디를 찾아 무함마드 왕세자와 회동하며 구체적 안건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