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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요일日문화]때 이른 장마 시작…비 멈추는 인형도 만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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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년보다 6~8일 이른 장마 돌입
장마 긴 만큼 표현도 다양…관련 문화도 많아

지난주 연휴에 비가 내려 어디 외출 제대로 못 한 분들 많으셨죠. 일본은 벌써 장마에 돌입한 지역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인 만큼, 장마가 우리나라보다 이르게 찾아오는 데다 길기까지 한데요. 이 때문에 일본에는 장마와 관련된 문화들이 많은데요, 오늘은 이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소개합니다.


[이미지출처=N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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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상청은 지난 29일부터 규슈 북부지방, 쥬시코쿠, 긴키, 도카이 지역이 장마철에 접어들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번 장마는 평년 대비 6~8일 빠르게 찾아왔다고 밝혔는데요.

일본은 섬이 남북으로 길게 늘어진 모양이기 때문에 장마 전선에 영향을 받는 지역과 시기가 각각 다릅니다. 이 때문에 일본 기상청은 매년 장마철이 시작되면 장마에 들어간다는 뜻의 ‘쯔유이리(梅雨入り)’, 즉 장마 시작 날을 순차적으로 발표합니다. 장마가 끝나는 날도 발표하는데, 이는 ‘쯔유아케(梅雨明け)’라고 부릅니다.


한국도 기상청의 비 소식 발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죠. 일본 기상청은 장마 예측이 가장 진땀을 빼는 시기라고 하네요. 심지어 쯔유이리와 쯔유아케 발표는 속보치와 확정치도 따로 나옵니다. 속보치는 현재 기상 데이터와 앞으로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발표한 예상 시기고, 확정치는 해당 장마가 지난 뒤에 실제 날짜를 계산한 실제 시기입니다.


일본 기상청이 발표한 전국의 장마 돌입 시기 표.(사진출처=일본 기상청)

일본 기상청이 발표한 전국의 장마 돌입 시기 표.(사진출처=일본 기상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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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래 내리는 나라인 만큼, 장마를 부르는 이름도 여러 가지입니다. 흔히 장마는 일본어로 ‘쯔유’(梅雨) 라고 많이들 알고 계시는데요. 이 밖에도 ‘바이우’, ‘나가메’, ‘린우’, ‘사미다레’ 등 장마를 부르는 다양한 표현이 존재합니다.

바이우는 쯔유(梅雨)의 음독 표현으로, 뒤에 음독 단어가 붙는 경우 쯔유 대신 바이우라고 부르게 됩니다. 대표적인 예시가 ‘장마 전선’인데요. 일본어로 장마전선은 ‘쯔유 젠센’(梅雨前線)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바이우 젠센’으로 읽습니다.


나가메(長雨)는 말 그대로 긴 비를 뜻하고, 린우(霖雨)는 한자문화권에서 모두 장마를 의미하는 단어로 쓰이는 표현입니다. 장마 림(霖)이라는 한자는 수풀 림(林)에 비가 오는 모습의 한자인데요, 한나라 시대 중국 한자 사전에 따르면 여름에 사흘 이상 내리는 비를 이렇게 부르곤 했다고 합니다. 조선의 실록에도 장마는 이 한자로 기록돼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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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에서는 장맛비를 5월에 내리는 비라는 뜻으로 사미다레(五月雨)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는 일본이 현재 쓰지 않는 음력에서 왔습니다. 양력으로 6월부터 장마가 시작되는데, 예전에는 음력을 사용했기 때문에 이를 5월에 내리는 비로 불렀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문어체로 쓰이기 때문에 비즈니스 용어로 ‘사미다레식’(式) 이라는 표현을 쓰는데요. 바로 장마처럼 일이 끝나지 않고 연이어 쏟아질 때 씁니다. 부탁 메일을 연이어 보내야 할 때 “사미다레식이라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앞에 붙이는 식입니다.


장마를 부르는 표현이 다양한 만큼, 장마와 관련된 단어들도 많은데요. 혹시 장마철이나 비가 많이 오는 흐린 날에 유독 몸이 찌뿌듯하다고 느끼시는 분들 없으신가요? 일본에서는 ‘장마로 인해 몸이 축 처지는 증상’을 뜻하는 단어도 있습니다. ‘쯔유다루’(梅雨ダル)라고 부르는데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 시기 한의원이나 마사지샵에 들러 침술, 한약, 마사지 등을 받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일본의 테루테루 보즈 인형.(사진출처=아마존 재팬)

일본의 테루테루 보즈 인형.(사진출처=아마존 재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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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하면 빼놓을 수 없는 ‘테루테루보즈’도 있습니다. 일본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아이들이 하얀 눈사람 같은 인형을 만들어 처마나 집 창틀에 매다는 장면을 보셨을 텐데요. ‘테루’(照る)는 날이 개다는 뜻이고, ‘보즈’(坊主)는 스님을 뜻합니다. 둥글게 만 물체를 천에 씌워 실로 감아주면 끝으로 보통 집에서 어린이들이 만들고는 하는데요. 유래에 대해서는 분분합니다. 심지어 스님 목을 베어 제물로 바쳤더니 날이 갠 것이 시초라는 일종의 괴담도 있죠. 그래도 정설은 소녀가 비가 멈추게 해달라고 기도를 했더니 비의 신이 “나의 왕비가 되면 비를 멈추게 해주겠다”고 해 소녀가 기꺼이 제물이 되고, 이를 기리기 위해 만들었다는 중국 고사입니다.


오늘은 장마와 관련된 일본 문화를 알아봤습니다. 장마가 오래 머무는 나라인 만큼 관련된 문화들이 정말 많죠. 우리나라도 올해 장마가 유독 길 것이라고 하는데, 모쪼록 피해 없이 무사히 지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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