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전수공개' 실효성 논란…코인업계 "개인지갑 추적 어려워"(종합)
정치권 '가상자산 전수공개' 추진
코인 전문가 "추적 어려운 코인 2만여개"
의원 양심에 따라 공개…"누적 변동 내용 논의"
김남국 의원의 '코인 투자 의혹'을 계기로 국회의원 가상자산 공개 입법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코인 전수조사가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거래소나 개인지갑 등은 직접 신고하지 않으면 추적이 불가능한 구조 탓이다.
23일 정치권과 업계에 따르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전날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어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 등록해야 하는 국회 의원 당선인의 재산에 가상자산도 명시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여야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같은날 행정안전위원회는 전날 국회의원의 재산공개 대상에 가상자산을 포함하는 내용의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논의했다. 앞서 국회 정무위에서는 소속 의원들의 가상자산을 공개하겠다는 결의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이들 법안이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하면 올해 12월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국회의원 가상자산 공개法, 25일 본회의 처리
기존 재산공개 대상인 토지·건물·부동산·현금·예금·주식·보석·예술품·골동품·지식재산권 등의 경우 국회의원이 등록 기관인 국회사무처에 재산 변동사항을 자진 신고하고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이를 심사하도록 돼 있다. 가상자산도 자진신고라는 점에서 전수조사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자진신고 형식이면 문제가 없는 사람만 가상화폐 거래 내역을 제출할 것"이라며 "결국 ‘눈 가리고 아웅’ 형식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고를 강제할 해법은 있다. 공직자의 부패와 이해충돌 등을 조사하는 국민권익위원회에 국회의원들이 개인정보 활용동의서를 제출하는 방식을 활용할 수 있다. 2021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태 때 여야는 의원과 의원 가족에 대한 부동산 전수조사를 신청하면서 개인정보 활용동의서를 제출했다. 이를 통해 권익위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과 가족 12명, 국민의힘 역시 12명이 LH 투기 사태에 연루된 것을 확인했다.
개인정보 활용동의서만 제출되면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에 저장된 가상화폐 거래내역을 확보할 수 있다. 국내 거래소들은 중앙 서버에 투자자들의 거래내역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가상화폐 전수조사와 관련해서는 정의당만 권익위에 개인정보 활용동의서를 제출한 상태다. 홍 교수는 "국내 거래소를 통한 가상화폐 전수조사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며 "로비설에 휘말린 국회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전수조사와 같은 행동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외거래소·개인지갑 자진신고 안하면 추적 어려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된 가상자산사업자 수는 36개사다. 이중 공식적으로 신고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5곳은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발급받아 관리되고 있다. 국내에선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지난해 3월25일부터 가상자산 거래소에 가상자산 송수신인의 신원정보 기록을 의무화하도록 하는 '트래블룰'(자금 이동 추적 시스템)이 적용된 결과다. 하지만 트래블룰을 적용받지 않는 경우 추적이 쉽지 않다.
특히 해외 거래소를 통한 가상화폐 거래내역은 전수조사 대상자들이 자진 신고하지 않으면 파악할 수 없다. 탈중앙화를 표방하는 해외 거래소들은 거래내역을 자신들의 서버에 보관하지 않는다. 또 해외거래소는 익명인 개인 가상화폐 지갑을 통해 거래해야 한다. 가상자산을 보관하는 지갑의 경우 지갑 주소가 공개되면 추적이 가능하지만, 공개 전까지 검증이 어렵다. 김 의원의 경우 국내 거래소를 이용한데다 해명 과정에서 구체적인 거래 내역 등을 공개하면서 지갑 주소를 역추적한 사례에 해당한다. 이병욱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는 "해외 거래소뿐만 아니라 국내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은 가상화폐를 보유한 것도 파악할 수 없다"며 "의원들의 양심에 기대야 하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검증 방식 및 기준 등을 충분히 논의한 후 전수조사를 실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가상자산이 지금 현재 2만3000여개가 넘어가고 있다"라며 "전혀 알지도 못하는 새로운 가상자산이 등장할 수도 있는 부분이고, 이중 어디까지 공개를 할지를 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상자산 수를 공개할 건지, 가상자산을 환산해서 원화로 환산한 금액을 공개할 건지 이런 부분도 협의가 필요하다"라며 "시기나 방법 등에 있어 구체적인 조율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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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행안위 관계자는 "현재 등록 대상 재산인 현금, 귀금속 등의 경우에도 본인이 신고를 안하면 사실상 알 수 없는 것들"이라며 "누적 변동 내역, 신고 기간 등 우려하는 것들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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