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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진 '노랜딩' 시나리오…SVB發 공포, 美 경기침체 우려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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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출 10건 중 4건, 중소형銀 담당
대출 줄이면 가계·기업 신용 경색 전망
골드만 "12개월 내 침체 확률 25→35%"

멀어진 '노랜딩' 시나리오…SVB發 공포, 美 경기침체 우려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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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노랜딩(no landing·무착륙)' 시나리오까지 거론됐던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다시 커졌다. 미국 전체 대출 10건 중 4건을 담당하는 중소형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대출을 줄이면서 가계·기업의 신용 경색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최근 중소형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권의 혼란이 경제 성장을 저해하고, 경기 침체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이 전망의 근거는 중소형 은행이 미 대출 시장을 견인하고 경제 활성화를 이끈 동력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SVB 사태로 경제의 '혈맥' 기능을 하는 중소형 은행의 대출이 꽉 막혀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WSJ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자료를 분석한 결과 미국 전체 대출의 38%는 상위 25위권 밖의 중소형 은행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특성별로 살펴보면 이들 은행이 미국 전체 상업용 부동산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7%에 달했다. 다음으로 주거용 부동산 대출의 37%, 상업·기업 대출의 28%, 신용카드 대출의 27%, 자동차 대출의 15%를 담당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그룹인 언스트앤영의 그레그 데이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SVB발 위험은 이미 현실"이라며 "일단 특정 기관에서 스트레스가 발생하면, 이와 유사한 기관들이 대출에 보다 신중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장기적으로 이 상태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SVB가 테크 기업들의 예금 인출에 대응하지 못하자, 투자자들은 이미 은행의 유동성 현황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이는 뱅크런(대규모 예금 이탈) 우려에 따른 금융주 폭락으로 이어졌다. 사모펀드 운용사인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토스턴 슬록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소형 은행들은 이에 대응해 자본 비율을 상향하기 위해 대출 기준 강화 및 대출 축소에 나설 공산이 크다"며 "이 같은 움직임을 통해 (언제 예금을 인출할 지 모르는) 변덕스러운 예금주들과 변동성이 심한 자본조달 비용에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소형 은행들의 대출 축소가 가속화된다면 미국 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가계 대출 축소로 소비가 줄고, 기업 또한 자금난에 처할 공산이 크다. SVB 파산 사태 전까지 노랜딩 시나리오를 예상했던 슬록 이코노미스트는 "중소형 은행들의 대출 축소로 올해 중반 침체에 접어들 것"이라며 "중소형 은행 위험이 더해지면서 우리는 경착륙 또는 고통스러운 침체로 향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노랜딩은 경제가 침체 또는 소강상태에 빠지지 않고 상당 기간 호황을 유지한다는 뜻의 신조어다.


미국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도 종전 미 경기가 12개월 내 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25%로 봤지만 SVB 파산 사태 이후 35%로 상향했다. 데이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금융 붕괴가 없을 경우 신용·금융 조건 강화로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향후 18개월간 0.5%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마크 잔디 무디스 애널리스트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미 경제 성장률은 1분기 1~2%에서 2·3분기 0~1%에 그치고 상황에 따라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Fed 조사에 따르면 은행들은 지난해 말부터 대출을 줄이기 시작했다. 금리 인상으로 고신용자 대출자를 찾기 어려워진 데다 대출 수요가 약화된 데 따른 것이다. 페드레이크 가베이 ING 은행의 리서치 헤드는 "SVB 붕괴가 (경기) 확장과 투자를 둔화시킴으로써 고용 시장에 나쁜 징조인 (대출) 긴축을 심화할 것"이라며 "대출 기준과 실업률 사이에는 상당히 강력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전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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