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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넘어선 안 될 관치의 선(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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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넘어선 안 될 관치의 선(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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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통신 등 공공성이 강한 분야에 정부 개입은 대체로 정당하다고 본다. 단 두 가지 조건이 있다. 무한정 개입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공공재적 성격이 있다’는 판단을 아무 데나 적용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정부가 과점체제에서 쉽게 돈을 버는 업종에 경쟁 촉진 방안을 고민하는 것은 바람직하며 마침내 해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정도나 범위에서 선을 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강한 우려를 낳는다. 대표적인 사례가 KT CEO 인선을 둘러싼 여권의 행보다. 여권 인사 다수가 포함된 후보자 33명 중 전·현직 KT 출신 임원 4명만이 1차 관문을 통과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2일 기자회견을 열어 반대 의견을 공개적으로 피력했다. 관치 논란을 전혀 의식하지 않은 과감하고 이례적인 모습이다.

여기에 대통령실까지 말을 더한 건 도가 한참 지나쳤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 같은 지적이 강해지는 가운데서도 "KT 내부 인력으로는 개혁이 불가하다"는 취지의 인식을 기자와의 사석에서 설파했다. 3월 말 KT 주주총회에서 CEO 선임안이 부결되면 외부인 즉 여권 인사가 포함된 인선 절차를 다시 밟으려는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 KT의 최대주주이자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국민연금공단을 앞세울 것이란 세간의 전망 역시 억측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윤석열 대통령이 1월 "소유가 분산된 기업들은 소위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가 작동돼야 한다"고 말한 뒤 이런 움직임이 거세진 건 우연이 아닐 것이다. 비단 KT뿐 아니라 또 다른 소유분산기업인 금융지주회사 회장에 친여 인사가 연이어 임명된 바 있으며, 향후 포스코도 같은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은 흔하다 못해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진다.


깜깜이 셀프 연임 등 불투명한 CEO 인선 절차에 대한 정부의 문제의식은 적절하다. 그러나 이를 해소하려는 시도는 어디까지나 제도적 범위 내에서 민간 시장의 질서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작금의 노골적이며 대담한 여권의 행보는 결국 선거공신 챙기기에 성공할 때까지 관치를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돼도 오해라 항변할 명분이 없다.

이 같은 관치의 그림자가 통신·금융을 넘어 일반 민간 시장 분야에까지 드리워지기 시작했다는 건 더욱 심각한 일이다. 소주 가격이 들썩이자 경제부총리가 나서 주류업계에 인상 자제 메시지를 보냈고 기획재정부는 즉각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도 거들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식품업체 대표들을 불러 모아 가격 인상 자제를 압박했다. 이에 식품업계가 줄줄이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했는데 이것이 자연스러운 경영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의도가 선하다고 수단까지 모두 정당화되는 건 아니다. 서민 부담을 덜어주려는 정부의 계획은 강압적 방식이 아닌 시장 기능과 자율성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제도적으로 접근돼야 한다. 시장 질서를 존중하면서 경쟁을 촉진하려는 윤석열 정부의 의도가 계획대로 실현되기 위해서라도 관치의 유혹은 이쯤에서 멈춰 서야 한다.





신범수 편집국장 겸 산업 매니징에디터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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